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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롯데웰푸드 vs 오리온

같은 사법리스크, 활발한 신동빈 회장·은둔한 담철곤 회장

⑦[오너십&전문경영인]등기·미등기임원 대조, 전문 CEO 활용 유사

이우찬 기자  2023-11-17 07:26:0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은 각각 모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주회사는 최대주주 오너일가가 지배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각각 13.0%, 28.7%다. 경영 참여 관점에서는 둘은 차이를 보인다. 신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담 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각 사 모두 동시에 전문경영인을 활용하는 점은 유사하다.

두 기업은 안정적인 지배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웰푸드의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로 지분율은 47.5%다. 롯데알미늄과 일본 롯데홀딩스 등을 더해 특수관계인 지분은 70.2%에 달한다. 오리온 최대주주는 반기 말 기준 오리온홀딩스로 지분율은 37.4%다. 담 회장과 배우자 이화경 부회장, 장남 담서원 경영지원 상무 보유분을 더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3.8%다.

신 회장과 담 회장은 모두 법적 고초를 겪었으나 그 이후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지난해 8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담 회장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신 회장은 사법 고초를 겪은 뒤에도 그룹 총수로 활발히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담 회장은 대외 활동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로 재직한다. 올해 미국 판매법인 설립, 건과 지사 신설 승인, 사외이사 겸직 승인 등 주요 안건 처리를 위해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판매법인 설립은 그룹 식품군 차원에서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중요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JV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과정이다. 신 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며 "동남아시아 등 신성장 시장과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을 함께 고려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또 다른 식품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 대표도 맡는다. 올초 3년여 만에 롯데칠성음료 등기임원에 복귀했다.

신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대외적으로 활발한 경영을 펼치는 것과 비교하면 담 회장은 공식 활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등기임원이 아니고 후방에서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은 오리온에서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을 총괄한다. 오리온홀딩스에서도 미등기임원으로 일한다. 오너로 내부 경영에 적극 관여하지만 대외 경영활동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과 비교하면 은둔한 경영자에 속한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담 회장은 과거 '초코파이 정(情)' 텔레비전 광고에 나올 만큼 활발한 경영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가 들어간 CM송을 부른 일화도 유명하다. 다만 2010년대 초반 법적 고초를 겪은 뒤 외부 경영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은 전문경영인을 쓰는 점에서 비슷하다. 우선 롯데웰푸드는 올초 이창엽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웰푸드 창사 첫 외부 출신 CEO다. 한국P&G, 허쉬 한국 법인장, 농심 켈로그 대표,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거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된다.

오리온은 이마트 대표 출신 허인철 부회장이 담 회장 오너십을 위임받아 경영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상징한다. 담 회장이 201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허 부회장 중심으로 성장 곡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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