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가 '넥스트 드라이버(Next Driver)'가 될 파이프라인 알리기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산업 동향을 함께 훑어보는 컨퍼런스와 IR을 접목한 행사를 마련하면서다.
협업 파트너사인 '익수다' 경영진을 비롯해 MD앤더슨 암센터 교수 등 외부 인력도 연사로 초청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업계서 쌓아온 인지도와 기술력을 토대로 규모가 큰 '패키지 딜'을 추진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컨퍼런스와 IR 접목한 글로벌 행사, 해외 연사 초청까지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글로벌 R&D 데이 컨퍼런스'를 열었다. IR과 컨퍼런스를 접목한 행사로 약 3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단순히 자사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닌 글로벌 업계 동향을 살피고 그 속에서 리가켐바이오의 전략과 차별점을 짚어보는 행사다. ADC 산업 이해도를 높이고 회사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구체적으로 컨퍼런스에는 로버트 러츠 익수다 테라퓨틱스 박사(CSO)가 연사로 글로벌 ADC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이어 펀다 메릭 번스탐 MD앤더슨 암센터 박사가 암 치료에서 차세대 주역이 될 ADC를 조명했다.
익수다는 리가켐바이오와 ADC 신약 개발을 협력하고 있는 곳이다. 펀다 메릭 번스탐 박사는 ADC 신약의 중추적인 임상을 수행해온 인물이다.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임상을 이끈 바 있다.
이들 설명에 이어 리가켐바이오가 비전을 설명했다.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를 비롯해 박세진 사장(COO 겸 CFO), 채제욱 부사장(CBO), 정철웅 전무(CTO)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 했다.
리가켐바이오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 전략을 제시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비전2030' 계획을 통해 △연간 2개 후보물질 발굴 △1개 독자 임상 진입 △5년 내 5개 임상 1상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목표를 제시한바 있다.
이 같은 계획은 오리온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더 가속화 되고 있다. 올해 초 리가켐바이오는 비전2030 조기달성을 내세우며 기존 계획보다 2배 높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비전2030 조기 달성을 위해 리가켐바이오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기업가치를 높일 후속 유망물질이 무엇인지 시장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는 향후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을 함께 기술수출(L/O) 하는 '패키지 딜'로의 확장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 기술이전 혹은 전임상·초기임상 단계에서의 거래가 주를 이뤘다면 향후 패키지 딜로 선급금을 포함한 거래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을 꾀한다는 얘기다.
패키지 딜은 지난해 10월 MSD와 다이이찌산쿄가 맺은 22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ADC 3종 딜이 대표적이다. 다이이찌산쿄는 ADC 파이프라인 3개를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금으로만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받았다.
리가켐바이오가 패키지 딜을 추진하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ADC 업계서 인지도를 쌓거나 빠른 개발 및 재무적 필요성에 의해 파이프라인 하나 하나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젠 인지도와 신뢰도를 어느정도 쌓았다는 판단으로 더 큰 규모의 딜을 추진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회사의 위상을 정립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의미있는 딜에 집중하고자 한다.
◇패키질 딜 꾀할 잠재력 높은 후보물질 제시, 내년 5건 임상신청
컨퍼런스에서 리가켐바이오는 의미있는 딜을 추진할 수 있는 '넥스트 드라이버' 물질과 이들의 개발 단계를 소개했다. 조만간 임상 단계에 접어들 △LCB02A △LCB97 △LCB36 △LCB41A이 대표적이다.
LCB02A는 클라우딘(CLDN)18.2를 타깃하는 ADC 후보물질이다. 클라우딘 18.2는 최근 위암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각광받고 있는 신규 타깃으로 아직 허가받은 표적 신약이 없어 빅파마 개발이 한창이다.
ADC로 넓히면 경쟁 상황은 더욱 치열하다. 아스트라제네카, BMS, MSD 등이 동일 타깃으로 ADC를 개발 중이다. 리가켐바이오의 LCB02A는 2025년 하반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규 링커를 기반으로 한 LCB02A는 독성용량과 유효용량 간 폭이 넓어 상대적으로 적은 독성으로 치료 효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CB97은 세포 증식과 암 전이와 관련된 EMT를 촉진한다고 알려진 단백질 L1CAM을 타깃하는 신약 물질이다. L1CAM은 난소암, 췌장암 등 난치성 고형암에서 주로 발현된다.
LCB36은 리가켐바이오의 첫 이중항체 ADC로 올해 미국암학회(AACR)에서 첫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CD20과 CD22를 동시 타깃하는 이중항체에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콘쥬올'을 적용해 부위특이적 PBD 프로드럭을 결합했다. LCB97과 LCB36은 각각 올해 하반기, 2026년 상반기에 임상을 시도한다.
2025년에만 5개 물질에 대한 IND 신청이 이뤄지고 3개 물질의 1상 임상시험이 개시될 전망이다. 2026년에는 앞서 기술수출했던 LCB14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세진 사장은 LCB71, LCB84가 상업화하는 시기인 2031년 이후에는 로열티 수익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IR 외 1년에 한번씩 R&D 컨퍼런스 데이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내년부터는 일반 주주들도 온라인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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