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년 이상 이어져오던 '저금리의 시대'가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25%에 불과하던 금리를 2년 새 5.5%까지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어지면서 국내 LP들의 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대체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고금리 우량채권에 관심을 가지는 곳들이 늘고 있다. 교과서와는 다르게 고금리 시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 섹터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고금리 뉴노멀의 시대, 국내 주요 LP들의 운용 전략을 더벨이 살펴본다.
국민연금이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발을 뻗고 있다.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2015년말 20%대였던 해외투자 비중은 올해 5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투자를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해외사무소 인력은 늘리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운용력들의 유입 동기가 줄어드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기금규모 1000조 육박, 해외 분산 투자로 안정성 높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이 맡긴 1000조원에 육박하는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조직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올 8월말 기준 금융 및 복지 자산을 더한 기금의 총 규모는 997조 3790억원이다.
자산별 구성을 살펴보면 주식이 44.7%로 가장 비중이 크다. 이어 채권이 39.2%이며, 대체투자가 16.1%다. 997조원의 기금 가운데 해외투자 비중은 올 8월말 기준 51.3%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해외투자를 지속 확대해온 결과다.
국민연금의 2015년말 해외투자 비중은 24.3%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해외투자 강화 기조를 이어가며 2021년까지 35%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해외지역 비중은 늘었고, 지난해 49%대에 이어 올해 50%를 돌파했다.
주식의 경우 해외주식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2021년 26%였던 해외주식 비중은 올해 30%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비중은 19%에서 14%로 줄었다.
대체투자의 경우도 80% 이상 해외에 쏠려있다. 사모투자의 78%가 해외지역에서 이뤄지며, 부동산과 인프라도 각각 86.5%, 79%가 해외투자다.
◇지난해 대체투자만 플러스 수익률 '8.9% 선방', 해외 인력풀 확대 불가피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해외투자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기준 3년간 연평균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해외주식과 대체투자에서 20%대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대체투자 부문은 9%에 달하는 수익률을 지켜내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해외 대체투자는 전체 해외투자 규모 가운데 30%에 달하는 만큼 중요한 자산군이다. 대체투자는 올 들어 1월을 제외하고 8월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자와 배당 수익,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환산 이익이 반영된 것으로 내년 초 공정가치 평가를 거쳐 최종 수익률이 확정된다.
대체투자에서도 국내가 아닌 해외지역에 비중을 높이는 데는 역시 높은 수익률이 원인이다. 국내와 비교해 해외에서 거둔 수익률이 두 배가 훨씬 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체투자의 경우 현지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해야 하지만 해외 인력풀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예산부족을 이유도 최근 해외사무소 인력 파견에 급제동을 걸기도 했다. 해외 파견은 기금운용본부의 인재 유입 동력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인력 유출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연금은 2028년까지 해외 투자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기로 계획한 만큼 해외파견 인력풀을 늘리는 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국민연금 해외 사무소는 뉴욕과 런던·싱가포르에 있다. 내년 중 추가 해외 사무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