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이어져오던 '저금리의 시대'가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25%에 불과하던 금리를 2년 새 5.5%까지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어지면서 국내 LP들의 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대체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고금리 우량채권에 관심을 가지는 곳들이 늘고 있다. 교과서와는 다르게 고금리 시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 섹터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고금리 뉴노멀의 시대, 국내 주요 LP들의 운용 전략을 더벨이 살펴본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손 본 건 지난해부터였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때였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체투자다. 고금리로 전통 투자자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체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과기공 내부 판단이다.
◇요동친 투자시장, 대체투자 중요성 더 커져
과기공의 올해 반기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71.5%로 집계됐다. 부동산, 기업, 인프라 투자 비중을 합산한 값이다. 부동산 2조8191억원(25.8%), 기업 3조1134억원(28.5%), 인프라 1조8801억원(17.2%)으로 총 7조8126억원 수준이다. 6월 기준 과기공의 전체 투자금액은 10조9272억원으로 대체투자 비중은 압도적이다.
과기공은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시장 위축에 선제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금리 상승 조짐이 가시화되자 주식과 채권 비중을 크게 줄였다. 2021년까지 각각 13.8%, 10.8%였던 주식과 채권 비중은 지난해 들어 9.7%, 8.9%로 감소했다. 주식과 연동되는 투자포트폴리오인 멀티에셋 비중도 7.1%에서 3.8%으로 줄었다.
실제 지난해 주식 투자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주식에 무게를 실었던 연기금들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과기공 역시 지난해 주식과 멀티에셋 수익률은 -18.91%, -12.7%로 손실을 봤다.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전체 운용수익도 휘청였다.
그러나 일부 연기금의 전체 자산운용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과기공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2.39%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 비중을 일찌감치 축소한 동시에 대체투자에서 건실한 실적을 냈던 점이 주효했다. 올해 반기 기준 투자 수익률은 4.45%다. 지난해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주식은 13%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 중이다. 대체투자 실적도 순항 중이다.
문제는 고금리 환경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금리 상승으로 투심은 얼어붙었다. 대체투자 난이도 역시 상승했다.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 눈높이가 높아졌고, 금리 이상 수익을 낼 투자처가 아니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체투자 비중이 큰 과기공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체투자 전략 조정하는 과기공, '부동산 대출형 투자' 키운다
과기공에서 자산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곳은 자산운용본부다. 박양래 본부장을 사령탑으로 △자산운용전략실 △증권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기업투자실이 포진하고 있다. 자산운용본부 역시 고금리 시대에 맞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등 전략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기공이 내놓은 고금리 시대 해법은 대체투자 내 포트폴리오 변화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더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위험성이 큰 대체투자 분야는 줄이고 고정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 비중을 높이며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성이 큰 부동산 대출형 투자가 키워드로 꼽힌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대출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돼서다. 반면 대체투자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인프라 투자는 줄이고 기업투자는 현행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자본 차익을 실현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진단한 결과다. 대신 자산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자동 발생하는 '인컴(income)' 수익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자산별 인컴 수익으론 채권 이자, 부동산 임대수익, 주식 배당금 등이 대표적이다.
과기공 자산운용본부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 맞춰 인컴 수익을 중점 추구하되 장기적으론 자본차익을 통한 성장을 노릴 것"라며 "전통 투자자산에선 주식보단 채권 비중을 늘리고, 대체투자의 경우 리스크가 낮은 부동산 대출에 투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앵커투자자 위축으로 프라이빗에쿼티(PE) 딜 역시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양질 투자처에 출자할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투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적은 금액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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