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중 SK디스커버리 계열에 속하는 SK케미칼과 SK가스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정확히 같은 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두 회사의 ESG 통합등급으로 현재 기업들에게 부여한 최고점으로 A+를 매겼다. 각 회사의 환경(E)과 사회(S) 부문에 대해서 역시 A+를 줬는데, 지배구조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로 평가했다.
SK그룹 계열사 중 올 KCGS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한 SK㈜와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A+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SK㈜의 자회사인 SKC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했으나 평가기간 내에 발생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의 영향으로 등급은 다소 아쉬운 A로 나타났다. 이들에 비교하면 SK디스커버리 계열인 SK케미칼과 SK가스의 지배구조 평가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A+과 A를 가른 차이는 지배구조 A등급을 받기는 했지만 SK가스와 SK케미칼 모두 지표상에서 모자란 부분은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안인 이사회의 경우 다른 SK그룹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기능을 강화해 왔다.
두 회사 모두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대표이사 간 확실한 분리를 이뤘다. 또 산하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ESG위원회·인사위원회를 설치하며 실효성있는 이사회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위원회에는 모두 사외이사가 최소한 절반 이상이 되도록 구성해 독립성도 놓치지 않았다.
이사회 외에 지배구조 부문의 평가항목으로는 주주권리, 감사제도, 내부통제 및 경영 투명성, 거버넌스 리스크 등이 꼽힌다. SK가스·SK케미칼이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를 실시해야 한다는 핵심지표를 어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외 전자투표 실시 및 배당정책 발표 등의 항목은 준수하고 있다. 이사회에 설치된 감사위원회가 전문성을 가지고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또 경영진이나 개별 기업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SK㈜·SK이노베이션의 A+와 SK가스·SK케미칼의 A를 가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지배구조에 대해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SK가스와 SK케미칼의 지배구조는 부족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우수한 편"이라면서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나 관련한 정책의 디테일에서 점수가 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A+ 도약, 무엇이 필요할까 SK㈜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큰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이사회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를 사외이사 과반을 둬야 하며 여성 사외이사 1인을 포함해야 한다.
SK㈜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은 높지 않지만 여성 사외이사가 2인으로 정해진 선보다 많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사회 8인 중 사외이사가 6명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여성 숫자도 3명으로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치를 웃돈다.
SK가스와 SK케미칼은 사외이사를 사내이사(기타비상무이사 포함)보다 딱 한 명 많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는 SK가스에 1명, 별도 기준 자산 2조원이 넘지 않아 선임 의무가 없는 SK케미칼은 0명이다. 의무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기업 지배구조 세부정책을 살펴봐도 SK㈜와 SK이노베이션이 더 정교한 편이었다. 두 회사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SK가스는 최고경영자의 후보군 관리 및 추천과 같은 일부 사항만 명문화한 상태며 SK케미칼은 별도 정책이 없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이사회를 통해 승계 정책을 마련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정성평가에서도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KCGS는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하는 1차 평가에 더해 인터뷰 등을 실시해 이를 반영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해진 것 이상을 하려는 기업과 정해진 만큼을 하려는 기업간의 차이가 인터뷰 과정에서도 나타났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