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있어 약점은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근간으로 삼아왔고, 지금도 전체 실적에서 이 사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중화학 공장 가동에 따른 높은 탄소 배출량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및 유독물질 배출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ESG 평정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의 SK이노베이션 ESG 경영 평가 결과를 살펴봐도 환경(E) 부문 점수가 가장 낮았다. 다만 글로벌로 시각을 돌리면 환경 부문보다는 오히려 사회 부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환경 우려는 오히려 적은 편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SK이노베이션의 ESG 등급을 'A'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비교그룹은 석유 정제사업 및 마케팅, 운송 및 저장 산업군에 속한 168개 기업이다. MSCI는 SK이노베이션이 168개 경쟁사 중 상위 64%에 해당하는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MSCI에서 보는 SK이노베이션의 ESG 경영 수준이 썩 높은 편은 아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이다. MSCI는 SK이노베이션의 탄소배출 정책에 대해 업계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MSCI의 ESG 평가는 동종업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상대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산업군에 발을 걸쳐놓은 만큼 비교군이 넓은 편이다. 한가지 업종에 소속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상위권에 들기 쉬운 셈이다. 어찌됐든 이 사이에서 탄소배출 정책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동종업계 경쟁사로 분류되는 글로벌 정유기업들의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은 SK이노베이션에 비해 크게 나은 부분은 없다.
이를테면 미국 엑손 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스코프3(공급망 등 가치사슬에서의 간접 배출)에 대한 탄소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셰브론,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에너지스 등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과 더불어 스코프 3에 대한 로드맵을 모두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른 기업들이 목표로 한 2050년보다 빠르게 탄소중립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화학 사업은 2050년 '이전'까지, 배터리·소재 사업은 2035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또 스코프 3의 경우 2050년에는 2019년 대비 70%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로드맵을 매년 구체화하고 있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은 SK이노베이션의 환경 점수로 100점 만점에 25점을 매겼는데, 점수가 낮기는 해도 글로벌 정유사인 엑손모빌(7점)·셸(14점)·토탈에너지스(15점)·BP(15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보는 SK이노베이션 ESG 리스크는 다만 해외 평정기관에서는 환경 부문이 아닌 사회 부문에서 리스크 가능성을 점찍었다. MSCI는 '사회' 부문의 △반경쟁적 관행 △노조의 권리와 공급망 △안전·환경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회사가 보통~심각 수준의 논란에 연루된 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LGIM은 SK이노베이션이 다양성 항목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며 △뇌물 및 부패 정책 △결사의 자유 △차별 정책 등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물론 해외 평정기관의 평가를 100%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특유 산업 현황을 정확하기 반영하기 어렵고 평가기관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무대가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은 아닌 만큼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제각기 다른 ESG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기업인들의 호소에 "(기준이) 한꺼번에 통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이상하다"며 "어느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유리한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앞으로 국제 사회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다양성 정책 및 반부패 정책 등을 고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