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한화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게 됐다. 다만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한 투자의 규모를 늘리며 외부 투자에 대한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한화오션은 타법인 증권 가운데서도 해상풍력 분야 지분투자에 당초 계획보다 더욱 힘을 주기로 했다.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중장기 성장시장의 수혜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은 16일 대금 납입이 실시되는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액이 1주당 1만6730원으로 확정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유상증자 발표 뒤 주가 하락으로 확정 발행가가 최초 예정 발행가인 2만2350원에 미치지 못하면서 총 조달금액도 최초 예정 2조원보다는 낮은 1조4971억원으로 결정됐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2조원을 시설자금으로 8500억원, 운영자금으로 45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7000억원씩 나눠 투자할 계획이었다. 실제 조달금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화오션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시설자금을 5700억원, 운영자금을 2071억원으로 각각 낮추는 대신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을 오히려 7200억원으로 늘렸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의 활용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거점 및 MRO(유지보수)기업 지분 확보 투자금액이 기존 5000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해상풍력사업 확장을 위한 지분투자 금액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었다. 해상풍력은 한화오션이 조달금액을 투입하려던 8개 분야 중 유일하게 투자 규모가 늘었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한화건설 등이 해상풍력사업을 영위해 왔다. 여기에 풍력터빈설치선(WTIV) 건조능력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그룹의 해상풍력 계열사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할 대금 중 해상풍력 분야에 배정한 3000억원을 활용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해상 변전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하드웨어의 생산과 설치 전반을 아우르는 역량을 확보해 기존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당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해상풍력을 포함한 풍력발전의 비용 경제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동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의 일부가 취소되기도 하는 판국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유럽연합이 '리파워EU 플랜'을 통해 풍력발전 업체들의 지원에 나서는 등 풍력발전의 설치량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연도별 설치량은 올해 1만6045MW를 기록한 뒤 내년 일시적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2030년에는 설치량이 5만2600M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한화오션의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한화오션이 해상풍력 분야의 투자 집중도를 높이기로 하면서 해외 조선소 인수에도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해외 방산시장 및 해상풍력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야드를 보유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10월 열린 'ADEX 2023'에서 이용욱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 부사장은 "미국뿐 아니라 호주 등 다른 지역도 살펴보는 중"이라며 여러 후보를 검토 중이라는 뜻을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겨냥하는 시장이 결국에는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필리조선소 이전에 한화오션의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던 해외 조선소가 호주 오스탈조선(Austal Shipbuilding)이기 때문이다. 오스탈조선은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앨라배마에도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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