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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도로공사 부채비율 80%의 비밀

②정부출자로 자본 확충, 자산 40%는 차입금…영업이익 대부분 이자 지출

고진영 기자  2023-10-20 09:46:57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수조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정부 출자와 차입으로 해결해왔다. 출자엔 한계가 있는데 사업비는 계속 늘어 차입규모가 30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잉여현금은 바닥을 치고 투자는 이어지면서 만큼 앞으로도 차입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2022년 8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6185억원)보다 38% 넘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637억원에 불과했는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8000억원에 가까운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사이에 매년 적게는 6000억원, 많게는 1조원을 넘는 격차가 생기고 있다.

순이익이 지나치게 적은 이유는 이자비용 탓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연간 6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이자로 나간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약 33조원. 5년 전인 2017년 25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7조원 이상 많아졌다. 사업수익을 넘는 지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차입 확대가 불가피했다.


그런데 부채비율만 보면 이런 재무적 부담을 짐작하기 힘들다. 한국도로공사는 80% 수준의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며 2022년 말 연결 부채비율도 84.3%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도로공사의 부채총계가 거의 금융기관 차입이나 사채 등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매입채무 등의 비중은 적고 부채 대부분이 차입이라는 뜻이다.

부채비율의 분모가 되는 자본총계가 계속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자기자본이 33조원대였지만 매년 1조원 넘게 증가, 지난해는 42조4721억원을 기록했다. 특이한 부분은 납입자본과 자기자본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있다. 같은 기간 납입자본이 약 32조원(2017년)에서 41조원(2022년)으로 확대됐다.


자기자본과 납입자본 규모가 비슷한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자기자본이 순이익의 누적, 즉 유보이익보다는 정부의 꾸준한 출자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도로공사는 차입금 증가에도 불구, 정부 출자액 덕분에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차입금의존도를 보면 2022년 말 42.1%를 넘겼다. 자산총계의 40%가 차입으로 채워졌다는 의미이니 자산과 비교해 부담이 무겁다.


지출 계획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역시 6조원을 추가로 차입하기로 했다. 6조원 중 4조8000억원가량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쓰이며 상환분을 제외한 차입의 순증만 따지면 1조26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연말 총차입금이 34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긴데, 빚이 많은 만큼 만기구조 관리가 핵심이다. 도로공사는 공기업인 만큼 차입 대부분을 공모채로 조달한다. 2022년 말 기준 한국도로공사의 전체 차입금(약 33조) 가운데 사채가 유동성사채를 포함해 31조1335억원을 차지했다.

또 해외채는 3조5335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거의 원화채로 이뤄졌다.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돈은 단기차입금 4652억원, 만기가 1년 내로 다가온 유동성장기차입 4000억원, 장기차입금 1조원 등 적은 비중에 그쳤다. 단기차입의 경우 은행이 아닌 DB금융투자, BNK투자증권 등 중견 증권사와 거래했다는 점이 한국도로공사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사채의 만기구조를 보면 1년내 갚아야 하는 금액은 3조663억원, 1~5년 이내 만기가 끝나는 금액이 12조7136억원, 나머지가 15조3536억원을 나타냈다. 즉 전체 사채의 절반 이상인 15조8000억원의 상환 일자가 5년 내로 돌아온다. 금융기관 대출을 포함한 단기성차입금은 전체 차입의 12% 수준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한국도로공사는 도로교통망 확충을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고속도로 건설과 시설개량, 유지 등에 연평균 8조5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이 만성적 마이너스(-) 상태인 데다 2020년부터 마이너스 규모가 3조6000억원 안팎으로 확대됐다는 점, 추후 예정된 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입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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