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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도로공사, 수입 그대론데 사업비 껑충…부족자금 '9조'

①사업비-사업수입 격차 매년 확대…정부, 5년간 8.7조 출자

고진영 기자  2023-10-19 14:33:27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도로공사는 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지출을 충당하는 선순환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상운영비나 상환금을 빼고 순전히 사업비용만 따져도 수입을 넘어선다. 부족 자금이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데 이 구멍은 정부 출자와 차입으로 메우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국도로공사는 연 4조6000억원에서 5조원 안팎의 사업수입을 기록했다. 대부분이 도로관리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이밖에도 위탁수입(지도지원사업)과 부대수입(이자 운용수익)이 있지만 위탁수입은 다시 사업비로 빠져나가고 부대수입은 연 1000억원 수준이라 크게 의미없다.

사업수입의 증가폭이 완만했던 반면 같은 기간 사업비는 가파르게 늘었다. 2018년만 해도 사업비가 약 4조9000억원으로 사업수입보다 많긴 하지만 비등한 정도였다. 그러나 연마다 약 1조원씩 증가, 지난해는 9조원을 기록했다. 사업수입과의 차이를 셈해보면 2000억원 수준에서 이제 약 3조7000억원까지 확대됐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인건비와 차입상환, 운영비 등 다른 지출을 합치면 사업수입과의 격차는 더 커진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사업비를 포함해 총 14조8900억원을 썼다. 반면 사업수입은 5조3000억원에 그쳤고 위탁수입과 부대수입을 포함해도 5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나가야 할 자금이 총 9조원 넘게 모자랐다고 볼 수 있다.


부족한 현금은 물론 대부분 차입을 통해 끌어왔다. 한국도로공사는 2018년 3조원대였던 차입규모가 매년 늘고 있는데 지난해는 6조원을 차입했다. 이중 차환으로 4조원을 사용했으며 나머지는 사업비 등으로 나갔다.

하지만 넘치는 지출을 차입으로만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출자가 상당 규모를 지탱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령에 의해 한국도로공사의 사업계획 및 실적, 예산 및 결산, 업무수행 등을 감독하며 한국도로공사법에 정무의 지원수단이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매년 1조원 이상을 도로공사에 밀어주는 중인데 2021년과 2022년은 2조원 넘게 출자했다. 작년까지 5년간 출자한 금액만 8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출자 규모가 다시 1조68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가 2023년 사업비 예산을 전년보다 1조3400억원가량 적은 약 7조6900억원으로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년보다 7000억원 많은 4조8000억원을 차입상환에 써야하다 보니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더라도 총 지출은 7600억원 규모가 줄어들 뿐이다.

사업비를 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대부분이 고속도로건설 비용으로 사용된다. 2023년 지출이 계획된 사업비 7조690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조6823억원이 고속도로건설에 배정됐고, 공사비에 대한 정부 출자비율은 약 40% 내외를 오가고 있다. 도로관리사업비가 1조3429억원, 고속도로시설개량비가 1조2092억원, 휴게시설운영사업비가 4381억원 등으로 뒤를 따랐다.

사업수입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료 등 도로관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사업수입 5조3000억원 중 4조2072억원이 도로관리사업 몫이었다. 올해는 사업수입이 5조8500억원, 이중 도로관리사업 수입이 4조4700억원(8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도로는 계속 짓고 있는데 수익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일평균 통행료수입을 보면 2018년 110억원에서 2022년 115억원으로 5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정부의 요금통제와 감면정책 확대로 탓에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휴게시설 관련 수익 역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휴게소 숫자는 2017년 190개에서 207개로 많아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의 일평균 휴게소 매출은 약 37억원에서 34억원으로 도리어 줄었다. 주유소 매출의 경우 74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뛰긴 했으나 유가 상승 때문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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