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삼성화재

동경해상과 23년 파트너십…해외진출이 달라졌다

②지분 제휴용 주식 169만주 보유, 글로벌 전략 '오가닉→인오가닉' 선회

원충희 기자  2023-10-17 08:00:40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삼성화재는 2000년 일본 대표 손해보험사 동경해상과 지분제휴 및 사업협약 맺고 지분 0.1%를 매입했다. 제휴 목적은 해외사업 기반 구축이다. 본사 간으로 제한된 재보험 거래를 해외법인 간으로도 확대하고 직원 파견과 시장 공동발굴 등에서 손을 잡았다.

현재는 0.08%로 희석된 상태로 투자수익이나 경영참여 목적은 거의 없어졌다. 다만 삼성화재는 지난 23년간 동경해상의 해외진출 노하우와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기존 오가닉 방식의 글로벌 사업을 현지기업에 투자하거나 합작하는 인오가닉 방식으로 전환, 글로벌 보험시장 허브인 영국 로이즈 마켓에서 상위사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차익기준 연평균 수익률 8.8%, 투자보다 제휴 목적

삼성화재는 2000년 12월 일본 최대 손보사인 동경해상과 자본 및 업무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해외사업 기반 구축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동경해상 발행주식의 약 0.1%(150억원)를 시장에서 매입하고 동경해상 역시 삼성화재 보통주의 3%(450억원)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올 6월 말 현재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동경해상 주식 169만500주(0.08%)는 이 거래의 흔적이다. 현재 장부가액은 455억원으로 매수금액을 제외한 차익 기준으로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8.8% 정도다. 경영참여 목적이라 하기에도 너무 적은 지분을 23년째 보유하고 있는 데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상호협력 확대 목적이 있다.


양사가 제3국내 한국계 물건, 한국 내 일본계 물건, 양국 내 다국적기업 물건 등에 대한 발굴 및 개척에 긴밀한 공조를 취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화재 본사 글로벌 사업팀 내 동경팀 설치와 동경해상 해외법인 내 삼성화재 직원 파견도 실시했다.

이 제휴에는 당시 삼성화재의 고민이 담겨있다. 압도적인 국내 1위 손보사였으나 내수시장 위주로 영업하는 '안방 호랑이'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금융의 삼성전자'를 표방하기 위해 해외진출은 부수가 아닌 필요조건이 됐다.

그런 면에서 동경해상은 국내 보험시장의 주요 연구대상이었다. 2000년대 이후 해외사업 형태를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뛰어드는 오가닉(Organic)에서 글로벌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인오가닉으로 바꾼 후 해외시장에서 이익의 60%(2조원대)를 올리는 글로벌 손보사로 거듭났다.

◇베트남·영국·인니 지분투자·합작법인 형태로 진출 성공

삼성화재는 1990년대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때는 주로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뛰어드는 오가닉 방식이었다. 미국과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 8개에 설립된 법인과 지점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그러던 삼성화재의 해외진출 전략이 현지기업 지분투자와 합작 등 인오가닉으로 바뀐 것은 2010년대 들어설 때다. 일본 동경해상의 해외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인오가닉 첫 투자대상은 베트남이었다. 이미 현지 법인이 있었음에도 2017년 베트남 국영기업 베트남석유유통공사가 설립한 업계 5위 피지코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를 기존 베트남 법인과의 협업 연계해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덕분에 베트남 시장에서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657억원으로 전년(574억원) 대비 14.46% 성장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당시 사장(좌)과 마이클 왓슨 캐노피우스사 회장(우).

그 다음은 글로벌 보험시장의 종주국인 영국이었다. 전 세계 재보험 거래가 모여드는 영국 로이즈 마켓의 10위권 손보사였던 캐노피우스에 1억5000만달러(역 1900억원)을 투입, 전략적 투자자(SI)가 됐다. 2020년엔 1억10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추가 투입하면서 이사선임권을 추가 확보했다. 10위였던 캐노피우스는 그간 로이즈 마켓 5위로 순위가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도 진출대상이다. 1994년 자카르타 사무소를 개설한 후 1996년 11월 현지 손보사 '투구 프라타마 인도네시아(Tugu Pratama Indonesia)'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삼성투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에는 2011년 아시아 재보험 시장 공략과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현지법인(삼성리)을 설립했다.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인도, 오세아니아, 중동에서의 재보험 영업도 관장한다. 싱가포르 법인은 해외거점 중 가장 많은 수입보험료 매출을 얻는 곳으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만 해도 6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 1101억원의 매출을 낼 만큼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