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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삼성화재

'탈석탄' 선언 이후 신재생에 진심

①2020년 기점으로 신재생 펀드 대폭 증가, CFO-CRO-CIO 3각 견제구도

원충희 기자  2023-10-16 07:20:47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삼성화재의 투자조합(펀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2020년 이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펀드들이 대폭 늘어났다. 그 당시 '탈석탄'을 선언을 통해 석탄발전소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의 투자를 중단함과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린 데 따른 현상이다.

삼성화재에서 이 같은 투자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백송호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이 담당한다. 여기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준하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역할은 투자예산 배정과 감독이다. 또 CFO 산하에 있는 위험관리책임자(CRO)가 투자한도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CIO를 견제하는 구도로 짜여있다.

◇펀드 포트폴리오 키워드는 '부동산·인프라·신재생'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기준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는 펀드의 수는 50개로 2019년 말(25개)대비 2배 늘었다. 이 가운데 18개가 부동산 관련 펀드로 가장 많고 인프라 관련 펀드까지 합치면 스무 개가 넘는다. 삼성화재 같은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적립금의 상당액을 자산운용에 활용하는데 장기보험 판매가 늘면서 부채만기도 길어짐에 따라 장기투자 자산을 늘리는 중이다.

6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부채 듀레이션(평균잔존만기)은 5.3년 정도로 자산은 6.2년에 맞추고 있다.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그런 면에서 꽤 적합한 자산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펀드(14개)다. 2020년을 기점으로 대폭 늘어난 펀드다.

(파란색 부동산펀드, 핑크색 신재생펀드)

삼성화재가 2020년 11월 탈석탄 금융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생긴 변화다. 이미 2018년 6월 이후 석탄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는 물론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12년간 삼성생명·화재가 석탄사업에 투자한 규모는 국내 민간 금융사 중 최대인 15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금융을 제공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신규를 포함해 40기다. ESG와 탄소이슈가 불거지면서 국내외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자 석탄발전에 손을 떼면서 눈을 돌린 곳이 신재생에너지다.

삼성화재 2022년 ESG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까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연 3000억원을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우량 기업 ESG 채권을 중심으로 연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약정하고 있다. 이어 2030년까지 신규 투자 규모를 연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일선에 CIO, 견제하는 CRO, 관리하는 CFO

삼성화재 내에서 투자관련 업무는 CIO인 백송호 부사장의 소관이다. CFO로부터 배정받은 예산으로 투자전략을 짜고 펀드, 주식, 채권 등 여러 형태로 자산에 투입하며 굴린다. 삼성화재의 신재생에너지 펀드 확대도 그의 작품이다. 백 부사장은 78조원이나 되는 운용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수익률 제고에 집중하는 게 주 업무다. 덕분에 6월 말 기준 투자이익률은 3.4%(1조2090억원)로 전년 동기(2.39%)보다 제고됐다.

그렇다면 삼성화재의 이 같은 투자업무에서 CFO의 역할을 무엇일까. 삼성의 CFO는 단순히 재무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인사총무, IT, 대외협력 등을 업무를 총괄하는 스태프부서의 최종책임자다. CEO 다음가는 2인자에 꼽히며 일부 업무에서는 CEO의 견제자 역할도 하고 있다.

당연히 자산운용과 투자업무에서도 관리와 견제의 역할을 한다. 삼성화재의 CFO인 김준하 부사장 산하에 CRO인 최부규 RM팀장(상무)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CRO는 보험계약의 위험도를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은 물론 자산관리와 투자업무의 리스크 관리도 담당한다.

특정자산의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고수익 자산 비중을 조절하며 수익률 대비 리스크를 따져 가이드라인을 세운다. CIO과 자산운용 사업의 일선(프론트)에 서있다면 CRO는 후선(백오피스)에 위치해 대척점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CFO는 그 위에서 수익관리와 경영관리를 맡으며 영업 일선의 고삐를 쥐고 있는 셈이다. 투자수익률 제고를 우선한다면 CIO에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하고 리스크 한도를 줄여 고수익 자산 확대를 유도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반대로 너무 위험도가 크면 재원을 줄이고 리스크 강화를 통해 고수익 자산 축소를 이끄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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