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금호익스프레스에서 자사 입장을 대변하는 임원을 교체했다. 앞서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2021년 7월 금호익스프레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92%를 취득했다. 기아 보유 지분은 4.62%다. 두 회사는 총 15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금호고속에 이은 금호익스프레스 2대주주 자리를 3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분 취득 과정에서 이사 추천권도 획득했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금호익스프레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최윤종 상무를 선임했다. 1969년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최 상무는 해외법인관리실장을 거쳐 당시 재경사업부장으로 근무했다. 재무와 경영관리 부문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 사외이사와 함께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한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핵심 자리다. 사내이사와 달리 매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지만 이사회 등 경영상 중요한 일정이 있을 경우에 출근해 대주주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한다.
최 상무는 2022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다섯 차례 열린 금호익스프레스 이사회에 전부 출석해 현대차 입장에서 의결 활동을 했다. 금호익스프레스 소속 이사들과 함께 △담보제공의 건 △노선 양도의 건 △노선 양도·양수의 건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기주주총회 소집의 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담보를 받는 쪽은 금호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이다. 모회사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회사가 차량운반구 등의 자산을 제공하고 있다. 2대주주인 현대차 입장을 대변하는 최 상무가 어떤 입장을 내비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관련 안건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지난 9월 현대차는 최 상무 후임으로 이승조 상무를 선임했다. 최 상무는 약 2년1개월 간의 금호익스프레스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내려놓고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경사업부장은 CFO인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의 지시를 받으며 회사의 수익구조를 효율화하는 임무를 갖는다.
금호익스프레스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앉게 된 이 상무는 현대차 감사2팀장이다. 1969년생인 이 상무는 경영관리실장과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쳐 2021년부터 감사2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 감사실은 감사기획팀과 1, 2, 3, 4팀으로 구성된다. 이 상무는 그간 쌓은 재무·회계 역량을 활용해 관련 부문에 대한 감사 업무를 책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 업무의 주된 목표는 불공정 거래와 규정 미준수 점검 등이다. 하지만 회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미리 점검하는 역할도 감사 조직이 맡는다. 현대차와 기아가 금호익스프레스에 150억원을 투자한 목적은 수소버스를 금호익스프레스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금호익스프레스 주요 사업이 고속버스 운송업이다.
현재 수소버스 보급 속도는 2021년 현대차와 기아가 금호익스프레스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치만큼 빠르진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4월 고속버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스 FCEV(수소버스)'를 출시하는 등 지속해서 관련 부문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양사 간 거래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1년 금호익스프레스가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자산을 매입한 규모는 약 20억원이었다. 이 규모는 2022년 106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새로운 수소버스까지 올해 출시한 만큼 양사 협업 범위와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양사 프로젝트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역량을 가진 이승조 상무가 이사회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현대차는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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