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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자본 리쇼어링

'중국·러시아' 법인 국내 배당 가능성은

②오리온 "현지 투자 지속이 우선…현재로선 계획 없다"

박서빈 기자  2023-10-10 08:05:39

편집자주

오리온의 자본 조달 방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독자생존'이라는 담철곤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해외 법인에서 올린 이익을 국내에 쏘아 올리지 않았던 오리온이 처음으로 해외 법인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것이다. 이에 더벨은 오리온의 자본 리쇼어링 배경과 이에 따른 사업·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오리온이 베트남법인을 시작으로 해외 법인의 이익을 국내로 송금하는데 물꼬를 튼 지금, 다른 해외 법인들의 모회사 배당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오리온의 해외 법인들은 쌓은 이익을 국내에 배당하기보다는 현지 시장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오리온은 공식적으로 해외 법인의 추가 국내 배당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베트남 법인의 국내 배당이 이례적인 사례로, 추가적인 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법인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추가 국내 배당 가능성이 전무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법인세법 개정으로 전보다 해외에서 국내로 자금을 이전하기 쉬워진 점도 이유다.

해외 법인들의 배당재원은 '이익잉여금'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익잉여금은 법인 설립부터 현재까지 사업을 통해 이뤄낸 당기순이익의 총합이다. 이익잉여금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등)과 함께 자본총계의 주요 구성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익잉여금을 모두 배당에 사용할 수는 없다. 기업 운영에 있어 적절한 수준의 이익잉여금 확보는 미래 투자나 비상 상황 대비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익잉여금 규모를 보면, 해외 법인의 국내 본사 배당 여력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리온은 홍콩(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오리온이 보유한 지분은 홍콩(95.15%), 러시아(73.27%), 베트남(100%), 인도(100%), 미국(100%)이다. 그러나 해외법인은 재무제표가 따로 공시되지 않아 이익잉여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단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순이익을 보는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제일 많은 해외 법인은 홍콩 법인이다. 홍콩법인의 ㈜오리온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콩법인의 순이익은 3521억원이다. 1년 전에는 62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단 1년 전의 순손실이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홍콩 법인은 상하이, 광저우, 선양 등 중국 법인의 해외지주회사로, 이들의 배당이 매출로 인식이 된다.

2021년 중국 법인은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냈다. 이 기간 중국 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오리온 푸드(Orion Food Co., Ltd.)는 88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상하이, 광저우, 선양 법인은 각각 180억원, 127억원, 74억원을 순이익을 냈다. 한마디로 중국법인이 자신들의 지주사인 홍콩법인에 배당을 하지 않아 순손실이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만 홍콩법인의 국내 배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관계자는 "홍콩법인은 지주회사"라며 "재무라인에서 해외 법인의 배당에 대해 논의할 당시 지주사인 홍콩법인은 논외로 했다고 알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법인이 자회사로 배당을 받지 못하면, 오리온에도 당연히 배당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 요소"라고 말했다.

중국 법인이 젤리 라인을 상하이 공장에 증설하고 있다는 점, 현재 내년도 스낵 라인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또한 국내 배당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홍콩법인 다음으로 순이익을 많이 내는 곳은 이번에 배당으로 국내 송금을 한 베트남 법인이다.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8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법인이 높은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301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1년 전보다 순이익 119% 증가했다. 5년 전 대비로는 364% 증가한 수준이다. 러시아법인은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초코파이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오리온 상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5년 연속으로 순이익이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타 해외법인들은 사업 확대 및 성장을 위한 현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배당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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