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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자본 리쇼어링

달라진 배당정책…처음으로 곳간 연 베트남법인

①그간 현지법인서 배당수령 전무…독자생존→모기업 기여로 노선 변경

박서빈 기자  2023-10-05 07:04:44

편집자주

오리온의 자본 조달 방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독자생존'이라는 담철곤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해외 법인에서 올린 이익을 국내에 쏘아 올리지 않았던 오리온이 처음으로 해외 법인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것이다. 이에 더벨은 오리온의 자본 리쇼어링 배경과 이에 따른 사업·재무적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리온의 해외법인은 국내로 돈을 송금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본사에 손 벌릴 생각하지 말라"며 해외법인의 독자생존을 강조했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경영철학이 역으로 묻어난 것이다. 과거 ㈜오리온이 내수 침체로 쪼들리던 상황에서도 해외법인의 지원은 없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법인의 자금을 들여오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배당'이다. 하지만 세금 이슈로 인해 배당수령 카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오리온의 이런 경영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는데 세법 개정과 함께 베트남 법인이 첫 본사 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베트남법인, 본사 배당 물꼬 텄다

㈜오리온은 현재 홍콩(PAN Orion Corp. Limited), 러시아(Orion International Euro LLC.), 베트남(Orion Food VINA Co., Ltd.), 인도(Orion Nutritionals Private Ltd.), 미국(Orion F&B US, Inc.)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오리온이 보유한 지분은 홍콩법인 95.15%, 러시아법인 73.27%, 베트남법인 100%, 인도법인 100%다.


중국법인은 총 4곳으로 홍콩법인이 이들의 상위 지배기업이다. 중국 상하이, 광저우, 선양 등에 자리하고 있다. 홍콩법인이 중국법인들의 해외지주회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들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에 배당은 한 사례는 없다. 최근 베트남법인이 총액 1100억원을 송금한 게 첫 사례다. ㈜오리온은 8월 말 베트남법인으로부터 50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으며 이달 중 600억원의 배당금을 추가로 수령할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법인 배당 관련해 해외에서 배당으로 현금을 들여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뿌리 내린 현지 법인

해외법인이 그동안 국내에 배당을 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재무를 살펴보면 실적 부진은 이유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오리오의 해외법인은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법인의 지주사 격인 홍콩법인의 당기순이익은 모회사를 제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올 상반기 홍콩법인은 2786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오리온보다 약 4.6배 규모다.

이 기간 ㈜오리온은 59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홍콩법인의 순익은 중국법인의 배당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법인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러시아법인이 126억원, 베트남법인이 32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다만 미국법인과 인도법인은 각각 9000만원, 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인도의 경우 2021년 설립된 곳으로 인도 라자스탄에 공장을 새롭게 준공 및 가동을 시작했다.

해외법인이 국내로 돈을 송금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경영 방식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현지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 모회사로 송금하지 않고,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담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담 회장은 중국사업 진출 당시 주재원들에게 "현지에 뼈를 묻어라. 본사에 손 벌릴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오리온의 해외법인은 이미 현지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법인 인력의 80% 이상이 현지인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생산공장 역시 현지에 위치해 있다. 이 외에 해외법인이 국내 모회사로 배당할 경우 생기는 과세부담도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세법 개정, 경영기조 바뀌나

그러나 올해부터 해외법인 배당과 관련한 세법이 개정되며 ㈜오리온의 경영 기조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법 개정 이전에는 해외에 법인을 둔 모기업은 사실상 법인세를 중복해서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제는 해외법인이 국내 모기업에 보내는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율(익금불산입률)이 95%로 규정되며 그 전의 이중과세 구조가 대폭 완화됐다.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의 5% 정도만 법인세를 부과해 세율이 낮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법이 개정되면서 ㈜오리온의 해외법인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베트남법인을 필두로 배당금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500억원 이상 순익을 기록해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홍콩법인은 중국법인의 지주사인 만큼, 지주사가 ㈜오리온에 배당하는 형태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베트남법인이 첫 시작으로 낙점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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