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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MM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LX인터내셔널의 현 재무상황은 탄탄한 편이다.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 등 부채 관련 지표 모두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HMM의 덩치가 매우 커 인수에 나설 경우 재무구조가 크게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모회사 LX홀딩스와의 지분 연결고리가 타 인수 후보들에 비해 비교적 빈약한 점도 자금 조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2714억원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4363억원이다.
해외 자회사의 자금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HMM의 지분 인수를 위해서는 수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산은·해진공 보유 HMM의 지분 가치는 5조원에서 많게는 7~8조원까지 거론된다.
가장 먼저 금융권 차입을 생각할 수 있다. 별도 기준 재무구조를 보면 차입 여력이 있어 보인다. 상반기 말 LX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72%, 차입금의존도는 31.8%이다. 총차입금은 1조3243억원으로 자본총계 2조4224억원보다 적다.
다만 대부분의 현금창출이 해외 자회사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결 재무지표도 배제할 수 없다. 연결로 넘어오면 부채 부담이 높아진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65.1%, 차입금의존도는 31.9%다.
금융권에서 수조원의 차입이 이뤄질 경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상당 부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매년 감내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불어난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으로 6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 2910억원을 기록해 이자보상배율 4배 이상을 기록했지만 금융권에서 대규모 인수금융을 일으킬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요인인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광산 법인인 'GAM'과 자회사 LX판토스의 영업환경이 악화할 경우 현재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여러모로 LX인터내셔널이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키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자 카드도 내밀 수 있지만 모회사 LX홀딩스와의 약한 연결고리가 걸림돌로 꼽힌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3월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 주식 총수를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2배 늘렸다.
유상증자 외 CB, RCPS 등 우선주 발행을 통한 재무적 투자자(FI) 모집에 나설 가능성도 있으나 추후 FI들의 전환권 행사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 LX홀딩스의 LX인터내셔널 지분은 상반기 말 기준 24.69%에 불과하다.
업계는 LX인터내셔널이 HMM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모펀드(PE)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컨소시엄을 이룬 하림그룹과 컨소시엄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동원과 달리 LX그룹은 별도의 조달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면서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참전하겠지만 HMM이라는 거대 매물을 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