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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SK디앤디에서 에너지사업을 갖고 분할하는 '에코그린(가칭)'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재무 과제는 아니다. 외부 조달 활동은 내후년부터 펼칠 계획이다. 중장기 목표로 세운 신재생에너지 발전 자원 3기가와트(GW) 추가 확보 등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지주사 SK디스커버리 출자 부담이 뒤따르는 주주 출자보다 재무적투자자(FI) 유치와 사채 발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디앤디는 신설법인 에코그린 조달 전략까지 염두에 두고 인적분할(분할기일 내년 3월)을 진행한다. 신재생에너지·ESS(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영위하는 에코그린에 분할비율 이상으로 현금성 자산과 금융상품을 배분해 초기 운영자금과 투자금은 만들어 줬다. 분할 이후 장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자산총계(5884억원) 중 30%(1752억원)를 차지한다.
에코그린은 설립 첫해에는 조달보다 신재생에너지 디벨로퍼로서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데 주력한다. 내년에는 기존에 확보한 프로젝트 수주잔고(Backlog)를 일정대로 추진한다. 지난 6월 기준 SK디앤디 에너지사업 수주잔고는 풍백 풍력발전단지 EPC(설계·조달·시공) 건설 공사(1612억원, 납기 2025년 6월) 등이다.
자금 조달은 내후년부터 시동을 건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오가닉(Organic) 성장 전략와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오가닉 투자는 해상풍력·글로벌 ESS 분야 확장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 운영으로 사업 모델 전환에 집행한다. 인오가닉 투자로는 전력거래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 지분 투자나 M&A를 추진한다.
에코그린은 아직 굵직한 투자 건을 소화할 현금창출력을 갖추진 못했다. 최근 3년(2020~2022년) SK디앤디 신재생에너지·ESS사업 부문 연간 평균 매출 약 1500억원이다. 같은 기간 해당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020년 526억원 △2021년 236억원 △지난해 282억원을 기록했다.
에코그린은 설립 후 2년간 기존 주주출자 부담을 동반하는 자본조달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추가 출자는 최대주주인 지주사 SK디스커버리(지분 34.09%)와 2대주주인 한앤코개발홀딩스(25.08%)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에코그린은 FI를 유치하고,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국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사인 글렌몬트 파트너스 등 글로벌 투자사와 펀드를 조성, 국내 ESG 펀드 자금도 유치한다. 부채성 조달은 녹색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분할 전 SK디앤디는 녹색채권 발행 실적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7월 200억원 규모 ESG채권(그린본드)을 공모로 발행했다. 만기는 2년, 표면 금리는 6%다. 모두 신재에너지·ESS사업 운영자금으로 썼다. 세부 사용 내역은 △경북 군위 풍백 풍력발전사업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출자금 79억원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전개발비(기본 설계·인허가 용역비 등) 39억원 △칠곡 연료전비 사전개발비(공사·용역비 등) 35억원 등이다.
에코그린은 존속법인보다 부채 부담을 적게 지고 출발한다. 분할 직후 에코그린 총차입금은 2572억원, 현금성 자산(장·단기금융상품 포함)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820억원이다. 존속 법인에는 총 차입금이 8381억원, 순차입금이 5365억원 남는다. 부채비율은 에코그린(204%)이 존속법인(152%)보다 높지만 차입금의존도는 에코그린(44%)이 존속법인(51%)보다 낮다.
차입 만기도 분산돼 있다. 분할 이후 에코그린 차입 구성은 각각 단기성차입금이 56%(1444억원), 장기성차입금이 44%(1128억원)다. 단기성차입금은 대부분 유동성 사채(1299억원)다. 현금성자산과 차환 여력 등을 감안하면 단기성차입금 만기대응 능력은 양호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