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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

대한항공, HIC 매각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④누적 출자액 1.9조, 장부가액 0.9조 격차…가격 조건 유리한 시점 기다려

김형락 기자  2023-09-18 15:39:06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대한항공은 미국 자회사 HIC(Hanjin International Corp)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다. 2조원 가까이 출자한 곳이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호텔 운영사업을 영위하는 HIC 수익성 회복을 선결 과제로 정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9월 자구 계획 일환으로 HIC 지분 매각을 추진하다가 그해 11월 거래를 보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숙박 관련 자산 가격이 떨어져 만족할 만한 거래 조건을 관철할 수 없었다. 가격 등 매각 조건이 유리한 시점에 재추진하기로 했다.

HIC는 대한항공 100% 출자한 미국 자회사다. LA 윌셔 그랜드 센터(73층 규모)를 소유하며 호텔업·빌딩 임대사업을 영위한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인터컨티넨탈 호텔(객실 889개) △사무 공간(1만1200평) △저층부 상업·컨벤션 공간(7층 규모)을 갖춘 복합 건축물이다. 지난해 말 자산총계는 1조5552억원 규모다.

대한항공 호텔사업 매출은 대부분 HIC가 책임진다. 올 상반기 대한항공 호텔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858억원(매출 비중 1.1%)이다. 같은 기간 259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진그룹은 2020년부터 HIC 지분 매각을 저울질했다. 그해 2월 호텔·레저사업 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윌셔 그랜드 센터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HIC는 2017년부터 당기순손실 지속하고 있었다. 그해 9월 미국 현지 투자자와 HIC 지분 일부 매각과 연계해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했다.

HIC 매각 협상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2020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호텔 업황이 침체기였다. 대한항공은 지분 매각 협의를 중단하고, HIC 리파이낸싱에 주력했다.

대한항공이 평가한 HIC 지분가치도 떨어졌다. 2021년 말 HIC 지분 장부가액은 7561억원이었다. 2020년 HIC 순자산 가치가 하락해 7343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그해 말 장부가액은 219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에는 남은 장부가액(219억원)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HIC는 한진그룹에서 해외 랜드마크 투자를 책임진 곳이다. 대한항공은 1989년 HIC를 설립해 윌셔 그랜드 호텔(지상 15층, 지하 3층)을 인수했다. 2009년에는 윌셔 그랜드 호텔을 최첨단 호텔·오피스 건물로 바꾸는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The Wilshire Grand Project)'를 발표했다. 8년간 총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재개발 프로젝트였다.

한진그룹은 향후 미국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 확신하고 재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대한항공도 재무적 지원에 나섰다. 2012년 HIC가 사채를 발행(2300억원)할 때, 만기(2017년 11월)까지 지급보증을 제공한 게 출발점이었다.


대한항공이 재개발 관련 자금을 출자하기도 했다. 2012~2016년 HIC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7597억원을 추가로 납입했다. 2011년까지 출자액은 총 2351억원이었다.

HIC는 2017년 6월 윌셔 그랜드 센터를 개관하며, 호텔도 개장했다. LA 지역 호텔 수요 증가에 따른 영업 호조를 예상했지만, 초기부터 운영 손실이 발생했다. HIC는 2017년 매출액 600억원, 당기순손실 77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2017년 10월 HIC에 재보증을 서며 채무보증액은 9억달러로 증가했다. HIC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운영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차입금을 차환할 때, 대한항공이 지급보증을 섰다.

대한항공은 2020년 9월 HIC에 총 9억5000만달러를 대여했다. HIC는 대여금으로 기존 담보부 차입금(6억달러)과 KEXIM(수출입은행) 보증사채(3억달러)를 상환하고, 호텔 경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HIC는 2020년 11월 대항항공에서 대여받은 9억5000만달러 중 3억4400만달러를 상환했다. 대한항공이 HIC에 3억5000만달러 채무보증과 담보를 제공해준 덕분이다. 잔여 대여금은 약 6억달러였다.

대한항공 올해 HIC 잔여 대여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했다. 지난 2월 HIC 주주 배정 유증 참여해 9508억원을 출자했다. 대한항공이 HIC에 출자한 누적 금액은 1조9456억원으로 늘었다. HIC는 유상증자 대금으로 지난 3월 대한항공에 잔여 대여금(약 6억600만러)과 미지급 이자(약 1억800달러)를 상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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