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지어진 윌셔그랜드센터는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라 칭할 만큼 애착을 드러낸 건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제대로 된 영업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윌셔그랜드센터를 보유한 한진인터내셔널(Hanjin International Corp·HIC)도 매년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호텔업 업황 반등 기대감과 여전히 지속된 대한항공의 지원 덕에 개선된 신용평가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등급으로 높였다.
◇'모회사'에 달린 신용도 움직임
S&P는 지난 21일 한진인터내셔널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등급으로 한 노치(Notch) 올렸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2021년 8월 'B-'등급을 획득한 지 2년 만에 등급에 변화가 생겼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 변동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흐름을 같이 한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힐튼으로부터 윌셔그랜드호텔을 인수했다. 조 선대회장은 미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2010년대 들어 1조원을 넘게 들여 개발 사업에 나섰다. 그 결과 2017년 미 서부에서 가장 높은 73층 규모 윌셔그랜드센터가 지어졌다. 이 건물은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오피스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S&P는 2017년 개관 후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로 평가했다.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지만 한진그룹의 주요 전략적 자회사라는 부분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며 신용도도 낮아졌다. 2020년 12월 'CCC+'등급을 부여했다. 이 때는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항공업 부진에 처한 것이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더불어 한진인터내셔널이 펼치는 호텔 수요 감소로 현금 흐름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2021년 대한항공이 화물 운송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되고 같은 해 초 유상증자로 조 단위 자금을 확충하면서 모회사의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로 인해 신용도가 'B-'등급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었다.
이번 등급 변동도 비슷한 이유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 한진인터내셔널에 9344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모회사인 대한항공에 7억 달러를 갚아야 했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 전환한 셈이다. S&P는 "한진인터내셔널은 2025년 9월 4억 달러 규모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며 "자체적으로 차환이 어려울 경우 대한항공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등급 상승 후 '안정적' 전망을 부여한 배경으론 호텔 수요 증가를 꼽았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실적이 급감했지만 향후 1~2년 간 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진인터내셔널이 공시한 가장 최근 실적인 2021년 회사는 매출 952억원, 순손실 151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달라진 외부 평가…지분 매각 탄력 받을까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승은 단순히 조달 시장에서 신뢰도 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2020년 코로나19로 실적에 직격탄을 입었을 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윌셔그랜드센터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지금도 해당 전략은 유효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각을 추진했는데 호텔업 부진으로 원하는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P도 윌셔그랜드센터의 호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만큼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매각 역시 전보다 속도가 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대한항공과 한진인터내셔널 간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S&P는 대한항공이 한진인터내셔널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지원 의지가 약화될 경우 신용도를 햐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원하는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선 최대주주로 남아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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