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성일하이텍은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2차전지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붐이 일었던 2022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기도 했던 기업입니다.
최근 주가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입니다. 27일 9만2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전일보다 0.11%(100원) 하락한 가격이자 1년 전인 지난해 3월 28일 주가(17만3500원)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하락 폭이 최대치를 찍었던 지난 2월 1일 주가는 8만7500원으로 52주 최저가 기록을 쓰기도 했습니다.
성일하이텍 시총은 1년 전 약 2조1000억원까지 커졌으나 이날 주가를 기준으론 1조1149억원에 불과합니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여전히 51위로 높은 편이지만 1년 만에 시총이 1조원 가량 증발한 상황으로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상장 당시와 비교해 2차전지 산업 자체가 바닥권을 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리튬, 니켈 등 금속 가격이 급락하면서 배터리 산업 자체가 침체된 상황으로 파악됩니다. 여기에 성일하이텍은 군산 지역 제3공장 증설을 위해 대규모 고정비를 지출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것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성일하이텍은 원래 귀금속을 재활용하는 회사였습니다. 창업주인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이사 회장(이하 이 회장)은 재활용 사업의 잠재력을 보고 당시 박사 학위 과정을 관두고 귀금속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08년 배터리 재활용으로 사업을 전환했고 2011년 폐배터리 스크랩 기술을 확보해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2017년 3월 2차전지 재활용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인 현재의 성일하이텍을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2020년대 초반 2차전지 산업이 조명을 받으면서 이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했습니다. 성일하이텍은 2020년 659억원 규모였던 매출이 2022년 2699억원까지 급증하면서 4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 해 이뤄진 상장에서 공모 청약에서만 1207대 1의 경쟁률, 청약증거금 20조원이 몰렸고 현재까지도 코스닥 2차전지 재활용 기업 중 가장 높은 시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일하이텍은 상장 당시엔 국내에서 유일하게 습식 제련 기술을 포함한 2차 전지 재활용 전 공정을 다룰 수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정은 원료를 파우더 형태로 1차 가공하는 전처리 공정과 이로부터 황산화 제품을 가공하는 습식 제련 공정으로 나뉩니다. 성일하이텍은 이 공정 속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망간, 구리 등 5대 금속 소재를 회수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글로벌로 경쟁사를 넓혀도 △유럽계 유미코어(Umicore) △중국계 젬(GEM) △화유코발트(Huayou Cobalt) △비티알엔피(BTRNP) 등 5곳만이 습식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포스코와 중국 화유의 합작 법인)이 지난해 7월 광양에 리사이클링 공장을 준공하고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면서 '국내 유일' 타이틀은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선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 공장이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만큼 안정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2474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2699억원)보다 다소 주춤했습니다. 또 483억원 규모였던 영업이익은 83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고 391억원이던 당기순이익 규모도 25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리튬, 니켈 등 금속 가격이 떨어진 데다 군산 지역 제3공장 증설 등으로 대규모로 고정비를 지출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됩니다.
◇Market View 성일하이텍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상당히 뜨겁습니다. 상상인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주기적으로 성일하이텍에 대한 기업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작성된 상상인증권에서는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스트레드 악화와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지목하며 성일하이텍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5만원으로 제시했던 목표 주가를 올해 1월 13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유진투자증권에서도 지난해 8월 18만3000원이었던 목표 주가를 올해 2월 1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성일하이텍이 전방 수요 둔화 우려로 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까지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일하이텍 주가 반등은 군산 3공장 가동과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가에선 이를 기점으로 외형과 수익성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거시적으로도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주요 메탈 가격의 급락세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현재 성일하이텍 주가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게 증권가 연구원들의 중론입니다.
김진범 상상인 증권 연구원은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악화와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은 실적에 이미 반영됐다"며 "다만 2분기부터 생산능력 확대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목표 주가를 다소 낮췄음에도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라고 파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성일하이텍은 키맨은 이 회장과 이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입니다. 이 회장은 1966년 12월 태어나 고려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에서 석사학위도 취득했습니다. 1992년 대주전자재료에서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더벨은 이동석 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주가 하락의 배경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사장은 증권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전체적으로 2차전지 업황이 크게 다운된 영향이 있고 금속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도 기대 이하 수준을 거뒀다"며 "2022년 하반기부터 금속가격이 급락했는데 3공장 준비가 겹치며 인력, 설비 투자 등 고정비 지출 부담이 상당히 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리튬 가격은 2022년 11월 1키로그램(KG)당 80달러대였으나 최근엔 13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양극재 기업들도 1키로그램(KG)당 60달러였던 수출 가격을 30달러로 낮춘 것으로 전해집니다. 니켈 역시 2022년 1톤(T)당 3만달러에 이르렀지만 이번달(3월) 평균 가격은 1만7000달러 정도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장은 "금속 가격이 반토막 나면서 배터리 소재 가격이 떨어지고 배터리 가격도 하락하며 2차전지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됐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전기차 등에서 수요가 늘 것이고 결국 선순환 구조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장은 결국 실적으로 입증해 주가 반등을 노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군산 3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2분기 완공 및 시생산을 거쳐 3분기 본격 가동에 들어설 예정"이라며 "공장 설비 투자를 2곳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3분기 5000톤(t) 규모 니켈을 생산하고 이후 안정화되면 나머지 5000톤(t) 설비를 완성해 최종적으로 연간 1만톤(t)을 생산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일하이텍은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부터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용 금속을 회수하는 공장도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성일하이텍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시장은 현재는 삼원계 배터리 쪽이지만 이르면 2026년에서 2027년 사이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니켈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 삼성SDI를 시작으로 전고체 배터리 생산 계획이 전해진 만큼 이에 대한 기술개발도 내부적으로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