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지난 4월 검단 사고를 일으킨 GS건설이 작년 광주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보다 다행인 점은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의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이다. HDC현산의 경우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즉시상환 조건이 붙었지만 GS건설의 회사채나 차입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다만 앞으로 GS건설이 발행할 회사채나 금융권 차입을 시도할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연내에는 추가 발행을 고려치 않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시장성 조달 환경과 더불어 거래조건도 까다로워질 공산이 점쳐지고 있다.
◇기한이익상실 부담 적어, EOD 트리거까지 여유 있어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낸 HDC현산도 GS건설과 마찬가지로 평판과 이미지 훼손,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 행정처분 위험 등의 리스크를 겪었다. 이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으면서 자본시장에는 또 다른 이슈가 불거졌다.
작년 1~6월 사이에 발행한 회사채에 걸린 EOD 조항이다. 사채관리계약서에 따르면 감독관청에서 '중요한 영업'에 대해 정지 또는 취소처분을 내리면 이는 기한이익이 즉시 상실된다. 회사채로 빌린 돈과 이자를 곧바로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시 건설채가 영업정지 처분으로 EOD 등이 발생한 전례가 없어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들도 우왕좌왕했다.
물론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비해 상당한 유동성을 쌓아놓고 있어 채권자들의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할 만한 여력을 갖췄다. EOD 조항에 걸린 금액은 6월 말 기준 4900억원 정도다. 또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걸어 EOD 발동을 미루고 있다.
GS건설은 다행히 회사채에 행정처분 관련 EOD 조항은 없다. GS건설의 무보증사채는 신용등급이 특정등급 이하로 강등될 경우 차입금, 지급보증, 주요 리스계약 등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또는 보증보험증권 제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만 있다.
주요 EOD 트리거(Trigger) 조항은 부채비율 300%이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자비용 비율 250% 이상 및 A- 등급 유지 등이다. 현재 GS건설 등급은 'A+/부정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져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설사 처분효력이 확정된다 해도 회사채를 중도 상환해야 할 문제는 없다.
◇연내 회사채 추가발행 고려치 않아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추후에 시장성 조달 또는 금융권 차입을 시도할 경우 거래조건이 좀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은 있다. 투자시장에서는 GS건설의 전적을 들어 HDC현산과 마찬가지로 EOD 조건에 사고나 행정처분 관련 조항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광범위하게 보면 건설채 전체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최근 붕괴사고와 연루된 건설사들이 모두 시공능력 10위권 메이저 건설사들이란 점 때문이다. GS건설은 사고 발생 전인 2023년 평가에서 5위, HDC현산은 2022년도 국내 시공능력 평가 10위에 있었다. HDC현산은 이후 올해 평가에서 11위로 내려앉았다.
다만 HDC현산의 경우 특이한 케이스란 평도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시공능력 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에는 재무비율, 자산매각, 지배구조 변경 등에 대한 EOD 조건은 있어도 행정처분을 근거로 한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한번 사고가 난 뒤 발행한 채권에 이 같은 조항이 붙였다가 또 사고가 나면서 불거진 문제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중 7000억원 규모의 현금여력을 추가 확보하면서 별도기준 3조4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평판 훼손과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리면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됐지만 연내 추가 발행은 고려치 않은 상황이다. 향후 시장성 조달에 행정처분 관련 EOD 조건이 붙을지는 단기간 내 확인키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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