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현대로템이 일감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을 통해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을 크게 불렸다. 이를 바탕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적 부담을 줄였다. 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 제한 요인이 있으나 미회수 리스크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3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59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8.5%(935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6개월동안 현대로템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에서 6776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고 투자활동에서 999억원, 재무활동에서 4845억원씩의 유출이 발생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와 채무 상환에 활용하고 현금 보유량의 순증가를 기록하는 긍정적 현금흐름의 공식을 따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중 5541억원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도 '계약부채의 증가' 항목에서 가장 많은 3279억원의 현금흐름이 창출됐다. 이 항목은 새 일감을 수주한 데 따른 선수금 유입을 의미한다.
현대로템은 수주잔고가 2022년 말 13조89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6조6043억원으로 3조515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는 하반기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을 중심으로 디펜스솔루션(방산)부문이 전체 잔고 증가를 견인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4조8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가 있었던 레일솔루션(철도)부문이 잔고 증가를 이끄는 중이다.
현대로템은 계약자산의 감소를 통해서도 1484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작업 중인 물량의 대금 중간정산이나 작업을 완료한 일감의 인도대금을 수취하면서 계약자산이 현금으로 전환된 것이다.
현대로템은 전년 동기 이 항목에서 156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었다. 1년 사이 851.3%의 증가율은 현대로템이 당장 작업 중인, 즉 매출과 직결되는 일감의 물량이 크게 풍족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로템은 이렇게 만든 현금흐름의 대부분을 재무활동으로 유출시켰다. 상반기 마이너스(-) 4845억원의 현금흐름 중 4100억원이 유동성 장기부채(만기 1년 이내의 장기차입금 및 사채)의 상환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추가 장기차입이나 사채 발행은 없었고 546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새로 일으켰으나 1272억원을 상환했다.
전방위적 상환에 힘입어 현대로템은 차입 총계를 지난해 말 1조1488억원에서 6795억원까지 줄였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3.8%에서 13.6%로 낮췄다. 실질적 차입 부담이 줄어들면서 선수금 유입에 따른 계약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역시 223%에서 217%로 소폭 낮아졌다.
한편 현대로템은 매출채권이 충당금 설정 전 기준으로 지난해 말 35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5614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채권의 증가는 현금 유입 지연에 따른 영업활동 현금흐름 제한 요인이며 현대로템의 경우 상반기 2033억원의 현금흐름이 제한됐다. 매출채권의 미회수 리스크의 관리 과제가 더욱 무거워진 것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주와 매출이 늘면서 매출채권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며 문제 없이 회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실제 현대로템이 매출채권에 설정한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말 11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09억원으로 줄었다. 충당금 설정률은 3.31%에서 1.95%로 낮아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