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돈 구하는 롯데에너지머티, 단기차입금 6배↑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 -522억원…부채비율 23%로 추가 차입 여력 충분

이호준 기자  2023-08-24 16:17:19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민'이 많다. 투자 시계가 속절없이 흐르고 있지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도 9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운영자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에 손을 벌린 탓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8486억원에 달해 당장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예상보다 곳간은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단 관측이 나온다.

◇'버는 돈이 없다'…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522억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차입금을 만기별로 보면 유동성부채를 포함한 단기성차입은 약 1837억원이다. 전년 말(306억원)에 비해 6배 늘었다. 총차입금(2700억원)의 약 69%에 해당하는 빚을 일 년 안에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빚은 대부분 '운영 자금' 명목으로 빌렸다. 신한은행에서 1000억원을 5.14% 금리로 빌렸다. 573억원은 싱가포르 내 화교계 은행인 OCBC Bank로부터 차입했다. 금리는 6.09~6.77%다. 무역금융 명목의 300억원을 KEB하나은행에서도 꿨다.

보유 유동성을 감안한다면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현금성자산(금융기관예치금 등 포함)은 8486억원이다. 일단 들고 있는 현금으로 빚을 상환하기에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결기준, 단위: 백만원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이후 중국발 공급과잉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동박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예전만 못해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66억원)보다 3배 이상 악화된 상황이다.

올해 말까지는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계절적 비수기는 지나가겠지만 중국 내 사업자 증가로 저가 수주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정상 수준의 마진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수한 재무안정성…추가 차입 전망도

물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3%, 11%다. 수천억원의 돈을 더 빌려올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곳간이 헐어가는 속도다. 동박의 경우 업계는 생산능력(CAPA)이 1만톤(t)씩 늘어갈 때 시설 투자비는 2000억원씩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 2028년까지 동박 24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단 목표를 세워놨다.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5년 완공 목표로 스페인에 연간 3만t 규모의 동박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연간 동박 CAPA가 6만t(전북 익산 2만t, 말레이시아 4만t), 투자금 집행은 8만t 수준까지 완료해뒀다. 만기가 도래하는 빚은 늘어만 가는 데다 곳간은 비어가는 상황에서 총 3조2000억원 규모(16만t)의 지출을 더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당분간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더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아직 공모 회사채 발행 이력이 없다. 운전자금 위주의 경향성을 띄며 대부분 은행대출로 자금을 조달을 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현금흐름은 악화된 수급 상황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차입여력이 충분해 투자금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재무부담 압박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