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3월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뒤 일진그룹의 색채를 벗고 롯데그룹의 정체성을 입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사명을 변경했고 롯데케미칼 출신 경영진들도 맞았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했던 본사를 계열사들이 집결한 잠실 롯데타워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강남구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목표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에서부터 조직문화, 지배구조와 같은 요소요소에 롯데케미칼 및 그룹의 가치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ESG 평가 '최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ESG 평정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평가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ESG 등급은 'CCC'다. 지난해 기준이기는 하나 2020년 이후 매년 CCC 등급을 벗어난 적이 없다. CCC는 MSCI가 매기는 ESG 등급 중 최하 등급이다.
또 다른 글로벌 ESG 평가주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ESG 점수로 100점 만점에 5점을 매겼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ESG 경영에 대한 국내 평정기관의 시선 역시 비슷하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경영활동에 대한 평가 결과로 종합등급 D를 부여했다. KCGS가 부여하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환경(E), 사회(G), 지배구조(G) 모든 분야에서 D 등급을 받았다.
◇부재한 그룹 ESG 비전 영향 일진그룹 시절 부재했던 ESG 경영에 대한 철학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ESG 평가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진그룹은 2022년 처음으로 공정자산 5조원을 넘기며 재계 순위 73위로 진입한 중견기업이다. 일진머티리얼즈(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매각으로 공정자산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ESG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일진그룹이 ESG에 별다른 관심을 보여오지 않은 점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실제 일진그룹 계열사들은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KCGS 평가 기준으로 지주사인 일진홀딩스의 ESG 종합등급은 C, 주요 계열사인 일진전기의 종합등급은 D다.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디스플레이도 D 등급을 부여받았다.
◇앞으로가 중요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ESG 경영 측면에서 부진한 점수를 받고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실시될 ESG 평가다. 재계 순위가 6위인 롯데그룹은 ESG 경영을 놓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KCGS로부터 ESG 종합등급 A를 받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경영 현황을 고려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ESG라는 용어가 힘을 잃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가치의 중요도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ESG에 대한 블랙록의 입장은 바꾸지 않을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내년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실시될 공급망 실사법도 문제다. 역내·역외 대·중견기업 등 대상 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쳐 ESG 관련 실사를 진행하는 법안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다.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 중이며 스페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ESG 공시에 대한 의무도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해 2030년까지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