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세아제강지주는 세아홀딩스와 함께 세아그룹 양대 지주사체제를 구성하는 한 축이다. 세아제강의 2018년 인적분할로 설립된 이후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며 이익을 주주에 환원하고 있다.
그동안 세아제강지주는 배당을 위한 수입원을 핵심 자회사 세아제강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컬러강판 전문사 세아씨엠이나 해외법인 관리 중간지주사 세아스틸인터내셔날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세아제강지주의 배당 확대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 뒷배는 세아스틸인터내셔날
세아제강지주는 2021년 12월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별도기준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세아제강지주의 배당정책을 놓고 배당의 하한선을 설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세아제강지주는 중장기 배당정책 발표 이전에도 배당에 인색하지 않았다. 현재 법인의 회계상 설립연도인 2018년부터 따져보면 세아제강지주는 설립 첫 해인 2018년을 제외하고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별도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유지해 왔다. 배당의 규모 역시 2018년 대비 2019년을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축소한 적이 없는 '배당 모범생'이다.
별도기준 세아제강지주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배당을 위한 수입원은 자회사들로부터 수취하는 배당수익과 상표권 사용료나 용역수익 등 기타수익 정도다. 최근에는 배당수익이 2021년 75억원에서 2022년 240억원, 올해 326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견인한 것은 컬러강판 전문회사 세아씨엠과 해외법인 관리 중간지주사 세아스틸인터내셔날(세아스틸인터) 등 두 100% 자회사다. 2020년 세아씨엠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세아스틸인터만 8억원을 배당했으나 2021년에는 세아씨엠이 70억원, 세아스틸인터가 86억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이 배당이 집행일 기준으로 2022년 세아제강지주에 흘러들어갔다.
특히 2022년에는 세아씨엠의 결산배당이 5억원으로 줄었으나 세아스틸인터가 무려 212억원의 결산배당으로 세아제강지주를 지원했다. 세아스틸인터는 올해 세아제강지주의 반기 기준 배당수익 326억원 가운데 65%를 홀로 담당하며 세아제강지주 주주환원정책의 '뒷배'가 되고 있다.
세아스틸인터는 분할 전 세아제강이 미국, 베트남, 일본, UAE(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에 강관과 강판의 제조 및 판매를 위해 설립한 법인들을 거느리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영업수익에 대한 세아스틸인터의 기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세아제강지주의 해외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아스틸인터 배당확대 기반, 해외법인 자생력 확보
세아스틸인터가 해외법인을 보유한 지역들 가운데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미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을 향하는 미국산 에너지자원이 증가하며 현지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유정용 강관의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법인 세아스틸아메리카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50.1% 급증한 2344억원을 냈다. 올해는 상반기만에 157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의 순이익인 1592억원과 1133억원보다도 많다.
그러나 세아제강지주를 향한 세아스틸인터의 배당 확대가 특정 지역에서의 일시적인 사업 호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애초 세아스틸인터는 자회사들로부터 배당을 많이 수취하지 않는다. 세아스틸인터의 자회사들은 2022년 합산 211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 해 세아스틸인터의 배당수익은 98억원에 불과했다.
세아스틸인터 역시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자회사들로부터 수취하는 배당이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배당수익이 적은 만큼 별도기준 순이익을 낼 방법도 마땅치 않다. 실제 세아스틸인터는 2020년 552억원, 2021년 107억원, 2022년 112억원의 별도기준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세아스틸인터가 이처럼 순손실을 내면서도 세아제강지주를 향해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원천은 자기자본, 그 중에서도 주식발행초과금이다. 세아스틸인터는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켜 배당에 활용했다. 2021년에도 300억원, 2020년에도 480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했다.
세아스틸인터가 자본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해외법인들이 점차 자생력을 갖춰 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아스틸인터의 산하 해외법인을 향한 출자는 2019년 91억원에서 2020년 319억원으로 증가했으나 2021년 11억원, 지난해 32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지주의 강관사업은 미국에서 호조가 두드러져 보이기는 하나 다른 지역에서도 에너지용 강관을 필두로 안정적인 생산 및 판매물량을 확보하는 중"이라며 "세아스틸인터는 자회사 지원 필요성이 낮아진 만큼을 세아제강제주에 배당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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