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에쓰오일은 여느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급증한 유가 덕분에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4분기에는 적자를 냈다.
상반된 상·하반기를 보냈지만 주가 자체는 큰 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상반기 실적 상승 기대감에 장중 12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곧 제자리를 찾아갔다.
다만 계속되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아 올해 들어 주가는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정유업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본격적인 구축에 돌입한 2단계 석유화학 투자 프로젝트(샤힌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에쓰오일 기업가치 재평가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가·TSR 상향 뒷받침한 석유화학 1단계 투자
현재 에쓰오일의 주가는 10년 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4년 1월 7만원대 초반에 형성됐던 에쓰오일 주가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큰 차이 없이 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1년 단위로 따져보면 에쓰오일 주주들의 수익률은 대체로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TSR은 일정 기간 주주가 기업 주식을 보유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가 등락과 배당 지급액 등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에쓰오일의 TSR이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석유화학 사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주가 상승과 에쓰오일의 꾸준한 배당 집행 노력이 있다.
34년 만에 적자를 낸 2014년 에쓰오일 주가는 연초 7만2000원대에서 연말 4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악의 국제유가 급락으로 에쓰오일 적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졌고 이에 따라 주가도 우하향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조1623억원에서 5조4490억원으로 떨어졌다. 그해 중간배당으로 175억원을 집행하긴 했으나 주가 하락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에쓰오일의 TSR은 -33.0%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유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에쓰오일은 이듬해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 온 에쓰오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점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잔사유 고도화(RUC)·올레핀 다운스트림(ODC) 설비를 구축했다.
조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던 시기 다행히 정유업 업황까지 다시 살아났다. 정유와 석유화학이라는 두 날개를 단 에쓰오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 역시 자연스럽게 우상향했다. 이 기간 고배당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며 에쓰오일의 TSR은 △2015년 68.3% △2016년 16.5% △2017년 45.3% 등 3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연말 13조1722억원)에는 시총 '10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배당이 지탱한 TSR, 우하향 주가 타개책은 결국 '샤힌'
2018년 1단계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후 에쓰오일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긴 했으나 2020년까지 대체로 우하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좋지 못했던 데다 2020년 코로나19까지 터지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갔다. 2018년 초 13조원 수준이던 시총은 2020년 말 7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코로나19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경기가 살아나며 유가 역시 회복하기 시작했고 2021~2022년을 지나며 에쓰오일의 시총도 10조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의 경우 시총이 연초 9조6709억원에서 연말 9조3894억원으로 소폭 줄면서 TSR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뻔했지만 6404억원 규모의 배당이 감소분을 만회하며 플러스(3.49%)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다만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작년 하반기 시작된 주가 하락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상반기 TSR은 -19.2%로 계산됐다. 상반기 중간배당으로 233억원을 집행하긴 했으나 연초 대비 20% 가까이 빠진 주가 하락분을 만회하기 역부족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정유 업황 회복이 주가를 되살리긴 하겠으나 중장기 과제인 샤힌프로젝트의 성공이 더욱 절실해졌다. 유가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큰폭으로 변화하는 현 사업구조를 보완할 새로운 '한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과거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가치 상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샤힌프로젝트는 총 9조3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준공 시점은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은 에틸렌 58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등 석유화학 제품 32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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