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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채운 카카오브레인, 재무 '기획·분석' 전열 정비

카카오 700억 자금 수혈, 경영전략실 산하 'FP&A 담당' 충원

박규석 기자  2023-08-03 15: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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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다. 초거대 AI(Large-scale AI)에 기반한 이미지 생성 모델과 헬스케어, 언어 모델, 인프라 등의 사업이 핵심이다. 최근 모회사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진 가운데 하반기에는 언어 모델 중 하나인 코지피티(Ko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AI 대화형 챗봇 '코챗GPT'의 연내 출시도 꾀하고 있다.

KoGPT 2.0 모델 공개 등을 위해 카카오브레인은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단독 대표 체제를 각자대표 형태로 전환했고 현재는 경영전략실 내 재무라인의 인력을 충원 중이다. KoGPT의 차세대 버전 공개가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만큼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5년간 1700억 투입

카카오브레인은 2017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카카오와 계열사 등의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터셋부터 알고리즘, 모델·서비스, 인프라 등까지 수직 계열화 체계를 통한 AI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다.

사업 구조의 핵심인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토대로 대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라지스케일(large-scale) 데이터를 핸들링하고 수집한 기술력을 토대로 새로운 분야에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등을 할 수 있다. 카카오브레인의 경우 초거대 AI 기술 개발을 데이터부터 인프라, 모델 개발, 서비스 출시 전체를 아우르는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브레인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모회사 카카오는 지속적인 자금 지원을 단행했다. 카카오브레인이 운영자금 등을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2018년 이후 5년 동안 약 17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중 지난달 13일에 밝힌 700억원 지원이 역대 투입 금액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이 투입된다. 7월 19일에 400억원이 지원됐고 오는 나머지 300억원은 10월 19일 투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을 초거대 AI 연구와 생성 모델 고도화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사용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KoGPT의 차세대 버전인 KoGPT 2.0과 관련 기술을 활용한 코챗GPT 개발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KoGPT는 카카오브레인이 2021년에 공개한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이다. 오픈AI GPT-3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KoGPT는 6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와 2000억 개 토큰(token)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다. 주어진 문장의 긍부정 판단과 긴 문장의 한 줄 요약, 문장 추론을 통한 결론 예측 등 언어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이러한 KoGPT에서 한층 더 향상된 KoGPT2.0을 하반기 중에 선보이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어와 함께 영어도 추가될 예정이다. KoGPT2.0은 300억개의 매개변수와 학습 데이터 1.5조 토큰 이상이 목표다. 또한 KoGPT2.0을 기반으로 한 AI 대화형 '코챗GPT' 연내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코챗GPT는 사용자에게 일정을 알려주거나 미팅 장소를 추천하는 등 대화형 비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경영체계 각자대표 체제 전환

카카오브레인은 KoGPT2.0 모델 공개 등 초거대 AI 사업에 맞춰 경영 체계를 재정비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카카오브레인은 김병학 대표이사를 신임 수장으로 중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김일두 대표이사와 함께 2인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라지스케일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과 적정 기술 구현 버티컬 서비스 시장 개척 등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신임 김병학 대표는 김일두 대표와 함께 그동안 카카오브레인이 수행하고 있던 초거대 AI모델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김병학 대표의 버티컬 서비스 발굴과 기존 AI모델 파인튜닝 사업 경험은 김일두 대표와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실제 김병학 대표는 멀티모달(Multi Modal) 언어모델 영역에서 적정 기술을 활용한 버티컬 서비스를 발굴한 이력이 있다. 기존 AI 모델 파인튜닝 사업을 추가하며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외에 음성과 이미지, 생체 신호 등의 데이터를 종합 추론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초거대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카카오브레인의 의지는 경영체계 변화와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FP&A(재무/경영 기획) 담당 채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FP&A 전문가는 통상 회사의 사업과 경영, 재무 등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카카오브레인 입장에서는 초거대 AI 사업의 고도화와 이를 위한 경영체계 정비, 유상증자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FP&A 담당 포지션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브레인의 FP&A 담당은 경영전략실 소속으로 장기적인 목표 달성 등을 위해 수립되는 전략적인 계획과 손익상황을 예측하고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부적으로는 상세 금융모델링(Financial Modeling) 기반의 사업 계획 수립과 실적 관리, 재무계획 수립과 실적 분석, 사업계획과 연계된 재무 영향 분석 등의 업무를 맡는다.

동시에 신규 비즈니스 또는 투자에 따라 예상되는 재무 측면의 손익 검토와 사업성 검토도 수행한다. FP&A 업무 경력이 7년 이상인 전문가를 찾는 가운데 관리회계 업무 경험과 재무 분석을 위한 모델링 역량, 예산 수립과 운영 프로세스 경험 등이 자격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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