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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합병 카카오브레인, 적자에 성과 부진 '그대로 흡수'

독립 8년 만에 복귀 수순, AI 개발 흐름 변화도 한 몫

이민우 기자  2024-04-08 16:19:45
카카오가 조만간 자회사로 분할했던 카카오브레인을 재흡수한다. 카카오브레인은 AI 개발 계열사로 2017년 분사됐다. 본사 복귀 주요 배경 중 하나로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누적됐던 손실 등 비용 부담이 꼽힌다. 카카오브레인의 약화한 실적과 부진한 성과를 가리기 위한 본사로 합병이 시도되는 셈이다.

다만 AI 모델 개발 흐름이 경량화모델(sLLM)로 전개되는 점도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성을 추구하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sLLM은 특화 영역 두고 사업, 서비스 융합에 집중한다. 이 경우 분사 등보다 내부 조직 가까운 거리에 배치하는 것이 사업 연결성에 더 효과적이다.

◇카카오브레인 지난해 순손실 700억, 비용 효율화 절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브레인은 빠르면 올해 내로 카카오에 합병될 예정이다. 2017년 독립 출범 이후 8년 만에 본사로 돌아가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통합 AI 조직에 섞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브레인 회수 결정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정신아 신임 대표 체제의 AI 드라이브가 주로 꼽히지만 몇 년간 지지부진한 카카오브레인 성과와 적자 누적이 한 몫을 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카카오브레인이 독자 AI사업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면 흡수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그간 자회사로 AI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카카오 자체 언어모델인 코GPT 개발 역시 카카오브레인 몫이었다. 당시 네이버 등 경쟁사의 AI 역량에 대응하기 위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대표직을 맡는 등 내외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브레인은 매년 만성 적자에 노출됐다. 지난해만 총 765억원 규모 순손실이 발생했다. 누적 순손실만 1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400억원 정도 카카오브레인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총자산수익률(ROA)도 -1.9로 전체 카카오 자회사 중 최하위다.

카카오브레인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카카오는 분리된 현행 체제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보유 기술 상당수를 카카오톡으로 시장에 내보낸다. 내부 조직으로 배치하면 비용도 줄이고 개발과 사업 간 연속성까지 강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AI 등은 현재 수익화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개발비만 드는 상황이며 솔루션도 기존 사업에 얹히는 형태가 많아 분사로 얻는 이점이 적다”며 “국내 대기업 AI 투자가 내부조직 확충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성능 추구만 아니라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 융합성 등을 우선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혹평 LLM 빈 자리, 그룹 성격 맞는 sLLM으로 채우기

최근 AI 개발 흐름 변화도 또 다른 요소다. 글로벌 AI 시장은 챗GPT를 필두로 앤트로픽, SKT 등 유수 기업이 앞다퉈 거대언어모델(LLM), 생성형 AI모델을 내놨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만큼 큰 개발 비용을 요구하는 LLM보다 특정 영역에 맞춘 sLLM 수요가 더 높아지는 추세다.

더욱이 코GPT 등 카카오브레인 LLM은 차세대 모델 공개가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코GPT 2.0은 지난해 상반기 공개 일정을 잡았다가 하반기로 미뤘고, 재차 출시 일정을 또 연기했다. 내부 테스트에서 기대 이하로 평가를 받으며 성능 전반이 경쟁사 AI 모델보다 뒤떨어진다고 지적받았다.

구조면에서도 카카오는 현재 LLM 개발보다 계열사마다 특화된 sLLM을 구축할 필요성이 더 큰 기업이다. 카카오베이, 뱅크 등 모빌리티와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회사를 운영해 계열사만 100여개에 이른다. 각 계열사에 맞는 sLLM 개발로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뒤처진 AI역량과 '혁신 부재' 탈피에서 벗어나기에 적합하다.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도 실적발표와 주총 등에서 sLLM 계획을 언급해왔다. 홍 대표는 “카카오브레인 경량형 AI 모델은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톡에 적용됐다”며 “내부 테스트로 차세대 경량화 AI 모델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며, 비용·서비스 등을 고려해 글로벌 빅테크 AI 모델과 함께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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