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추가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하고 있으며, 손익 회복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재무담당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실적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실적과 시장 전망 및 향후 계획 발표와 질의응답(Q&A) 순서에서 '기술리더십'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달라진 컨콜, 실적발표부터 Q&A까지 김 부사장 직접 주도
먼저 기업설명회(IR) 담당인 박성환 담당이 사회를 맡아 컨콜 방식과 순서를 설명했다. 이후 전반적인 실적 및 전망과 전략 계획 설명과 질의응답은 CFO인 김 부사장이 나서는 방식으로 컨콜이 진행됐다.
2021년 말부터 김 부사장이 CFO를 맡고 있지만 컨콜 실적 발표 등 모두발언에도 나선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의 CFO 부임 시기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이 한동안 이를 도맡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년간 김 부사장은 일부 질의응답에서만 발언했다. 앞서 발표하는 주요 실적 내용을 비롯해 시장 전망과 당사 계획 등은 모두 노 사장이 담당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초부터다. 이때 SK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CFO인 재무담당의 목소리로 직접 설명 듣길 원하는 니즈가 높아졌다. 회사 차원에서도 적자 상황에서 CFO가 최대한 효율적인 재무전략을 활용해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실제 김 부사장은 2022년 4분기 컨콜 실적 설명에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되는 시장환경에 맞춰 2023년 연간 연결 기준 투자를 작년의 19조원 대비 50% 이상 축소할 계획"이라며 "장비 효율성을 극대화해 캐펙스(Capex) 효율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FO가 직접 짜는 투자 전략 등을 세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적자 발표에 놀란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키는 과정이었다.
◇재무현황·투자계획부터 합병 등 전사적 입장까지 직접 설명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3조4023억원)와 2분기(-2조9879억원)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키웠다. 이때마다 김 부사장이 컨콜 처음부터 등장해 구체적인 회사 상태와 시장 전망, 투자 계획 등을 세세하게 언급했다. 김 부사장이 직접 대답한 컨콜 질의응답 답변수는 전체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번 컨콜에서 김 부사장은 2분기 말 전체 현금성 자산(7조4900억원)이 전 분기보다 1조3500억원 늘었고 차입금 비율(54%)과 순차입금 비율(41%)이 전 분기(47%, 37%) 대비 상승했다며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추가 감산 등을 통해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2년 4분기부터 레가시 및 저수익 제품 위주로 감산을 진행해왔으나 올해는 D램과 낸드 생산 모두 전년보다 줄인다며 "특히 낸드의 경우 재고 수준이 D램보다 높고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이기에 현재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투자전략 등 CFO 직무 내용뿐 아니라 합병 관련 입장 등 전사적이고 사업적인 내용도 직접 설명했다. 키옥시아 WD 합병 논의에 대한 SK하이닉스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부사장은 "해당 논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건 등이 확인된 바는 없다"며 "양사의 합병이 키옥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를 하고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당사의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부사장이 재무·회계 분야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CFO는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지만 전사 손익관리 총괄 등 결재라인의 주요 결정권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