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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한화생명 vs 교보생명

경영 시험대 오른 후계자들, 경영승계 방식·속도는 '차이'

⑤김동원 사장·신중하 차장, 비슷한 시기 경영 합류…신성장 사업 담당 동일

서은내 기자  2023-07-24 08:03:1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경영 승계를 둘러싼 이슈를 놓고도 자주 비교, 회자돼 왔다. 양사 모두 비슷한 나이대의 오너가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언제든 후계 구도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인 김동원 사장의 경영 시험대로 다음 스텝이 주목되고 있다. 반면 교보생명은 아직 뚜렷한 승계 구도가 드러나진 않았으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차장이 그룹 데이터전략팀장으로 교보생명에서 근무하고 있다.

◇ 각각 디지털·데이터 등 신성장 부문 역할 맡아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좌)과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우)

한화생명은 전형적인 재벌그룹의 승계 공식을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김동원 사장은 1985년생으로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에 부실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상무, 부사장을 거쳐 올초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경로를 밟았다.

김 사장은 지난해까지 한화생명의 신성장 동력인 디지털 사업 전략에 대한 책임자로 역할을 맡았다. 계열사인 디지털 보험사 캐롯 사업에도 관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된 드림플러스 사업에도 김 사장의 애착이 컸다.

사장으로 승진한 올해부터는 역할에 변화를 줬다. 또다른 신사업 영역인 해외사업 확장과 해외투자를 축으로 김 사장의 성과가 예상되고 있다. 최고글로벌책임자 직이 신설되고 김 사장이 해당 직을 맡았다.

김 사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하고 약 1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업권은 자연스럽게 한화생명 대표직 승진을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한화생명이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김 사장의 '영전'을 위한 기반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 지분 0.03%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직을 수행하던 2019년 말 당시 약 7억원 규모의 한화생명 주식을 하루만에 장내 매수했다. 이후 추가 매수는 없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한화 지분 2.14%도 보유 중이다. 한화는 지분구조상 한화생명 최대주주로 43.24%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에 입사하기 전부터 한화 주식 125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올해 초까지 주식 수에 변동은 없었다.

올해 2월 모친인 고 서영민 여사가 별세하면서 서 여사 소유 주식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등 3형제에게 동일하게 상속됐다. 이때 김 사장의 한화 지분율도 1.67%에서 2.14%로 증가했다. 김 사장이 상속받은 지분 가치는 약 96억원으로 평가됐다.

한화생명은 최근 공격적인 영업 전개와 경영 승계는 무관한 것이란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초부터 한화생명은 설계사 조직 확대와 강한 시책 등으로 주목을 받고있다"며 "김동원 사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경영승계에 신중 모드

신 회장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팀장도 김 사장과 입사 시기는 비슷했다. 다만 김 사장이 임원진으로 초고속 승진한 반면 신중하 팀장은 여전히 실무진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신 팀장은 2015년 계열사에 발을 들였으며 지난 연말 그룹 데이터전략 통솔 팀장을 맡았다. 교보그룹 KCA손해사정, 교보정보통신 등을 거치며 금융 데이터 분야 전문 이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직급은 여전히 차장이다.

신 팀장은 그룹 전략팀이 신설된 지난 연말 데이터전략 팀장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의 차남 신중현 씨(38)도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실무 역량을 쌓고 있으며 아직 외부 활동으로 얼굴을 알리진 않은 상태다.

신 팀장은 지난 4월 그룹사간 데이터 인프라 구축 협약식 당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보그룹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은 지주사 설립에 앞서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오너가 자녀들의 경우 한화생명과 달리 보유 주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추진이 장기적으로는 승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특수관계인을 합쳐도 약 37%에 불과한 상황이다. 회사의 소유 지분 구조를 볼 때 세금 이슈로 인해 상속이나 증여만으로는 기존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오너가의 소유권을 최대한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주 전환을 추진하며 지주사, 사업 자회사간 지분이 스왑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분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로서 소유가 아닌 경영 승계는 교보생명의 경우 뚜렷하지는 않아보인다. 신 회장은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반복해서 강조해왔으며 이는 부친인 창업회장의 정신이기도 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은 후계와 관련해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자식들도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추면 후보가 될 수 있으나 반대라면 불가능하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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