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양극재 100만톤'. 짧고 간단해 보이지만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수년간 견뎌야 하며,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핵심 광물 수급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장은 인내를 거듭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양극재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거듭나기에 꽤 좋은 자격이다. 그런데 이런 담대한 목표를 자신 있게 제시하는 곳, 바로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쟁력은 무엇이며 그 바탕엔 누구의 역할이 있을까. 포스코퓨처엠의 현주소를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진심'인지 '허풍'인지를 구분하는 시간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 1위 달성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에 양극재 100만톤(t)이라는 과감한 숫자를 제시하며 명실상부 양극재 시장 최강자로 우뚝 선 포스코퓨처엠 얘기다.
비결은 단연 '뒷배'에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과 함께 거론될 경우 위력이 배가 된다. 그룹사의 유상증자 덕에 투자 적기를 잡았고, 공급망 대란 속에서도 리튬과 니켈 같은 배터리용 광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포스코의 6900억원, 대규모 수주의 강력한 기반
통상 양극재 생산능력(CAPA)은 수주를 유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한다. 당장 기술력이 떨어지더라도 생산 라인 자체가 많이 깔려 있다면 양산이 급한 배터리사들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많은 양극재 기업들이 시설투자에 나서려 한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021년 양극재 광양 공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글로벌 1위 수준의 양극재 캐파를 확보하기 위해 2021년 4만톤(t)의 연산 능력을 2025년 27만t, 2030년 4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말까지 손에 단 3000억원의 현금만 쥐고 있던 포스코퓨처엠이 이처럼 담대한 포부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뒷배 덕분이었다. 최대주주였던 포스코는 포스코퓨처엠이 2021년 1월 단행한 유상증자(1조2700억원)에 주저 없이 6900억원을 집어 넣었다.
포스코가 지원한 금액은 통째로 광양 공장 증설 자금(6900억원)으로 활용됐다. 광양 공장의 연간 양극재 캐파는 약 9만t으로 오늘날 포스코퓨처엠 전체 캐파(10만5000t)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구미 공장(1만t)과 중국 절강포화 합작 공장(5000t) 등이다. 그룹사가 포스코퓨처엠의 수주 논의를 받쳐줄 만한 근거를 마련해 준 셈이다.
최근의 역할은 더 인상깊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이차전지 밸류데이'를 열고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한 충분한 재무적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룹사 차원에서 18조원을 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상 생산라인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양극재 1만t당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포스코퓨처엠의 '2030년 양극재 100만t 생산' 목표까지 약 9조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7000억원, 영업현금 창출 능력 지표인 EBITDA가 49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그룹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리튬·니켈 내재화율↑, '협상 우위' 갖는다
든든한 뒷배는 포스코퓨처엠의 광물 조달 고민도 해결해 주고 있다. 그룹에서 해당 임무를 수행하는 곳은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다. SNNC(니켈), 포스코아르헨티나·포스코리튬솔루션·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리튬) 등의 자회사로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한다.
단순히 소규모 자회사로 보기엔 너무 잘 한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들의 2030년 리튬 및 니켈 생산 목표치를 각각 42만3000t, 24만t으로 올려 잡았다. 기대 이상의 숫자다. 예컨대 2024년부터 자회사를 통한 리튬 생산(7만1000t)이 이뤄질 예정인데 훗날엔 42만3000t 중 최대 30만t까지 포스코퓨처엠으로 유입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두렵지 않다. IRA상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FTA 체결국 등에서 추출·가공된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비율은 2027년 80%까지 확대된다. 또 IRA상 중국 기업은 해외우려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생산 업체들은 중국산 광물 비중을 낮추면서도 향후 상향하는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온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2025년 리튬 내재화율이 80%, 2026년 이후엔 니켈도 대부분 내재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코홀딩스의 염호(아르헨티나·호주)와 광산(인도네시아), 그리고 자회사들을 기반으로 가장 어려운 난제를 일찌감치 해결한 셈이다.
수주 매력도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공급망 이슈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싶어하는 배터리 셀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장 월등한 캐파에 이어 자체 광물 체계까지 구축 중인 포스코퓨처엠을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는 타회사 대비 포스코퓨처엠의 경쟁 우위이자 고객사 사이에서도 협상력을 갖게 되는 강력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 대한 프리미엄이 밸류에이션에도 서서히 녹아들 전망"이라며 "리튬 내재화로 IRA 등 광물 요건 대응이 수월해지고 배터리사들의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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