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SK하이닉스 계열 지원 창구 SK리츠

①LTV 목표 달성 위해선 증자 불가피, 지주사 SK 자금까지 움직여야

김형락 기자  2023-07-11 17:05:1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SK하이닉스의 수처리 센터 자산 유동화는 단순한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거래가 아니다. SK그룹 차원의 자금 전략으로 봐야 한다. SK리츠가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수처리 센터 매입자금을 조성하려면 최대주주인 지주사 SK㈜가 자본을 확충해줘야 한다. SK리츠의 담보대출비율(LTV)은 목표치보다 높은 상태다.

SK리츠는 자(子)리츠 3호(클린인더스트리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경기도 이천시 소재 '통합 수처리 센터'를 매입한다. 지난 10일 SK리츠의 자산관리회사인 SK리츠운용이 국토교통부에 자리츠 3호 인가를 신청했다. 정부 인가가 나오면 매매대금을 확정해, 올 하반기 중 자산 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리츠 3호는 총 사업비를 1조1871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중 수처리 센터 매매가는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통 리츠의 사업비 중에서 부동산 매입가액이 약 90%를 차지한다.


◇ 지난해 U타워 인수 이후 두 번째 SK하이닉스 자산 매입

SK리츠는 반도체 업황 다운턴(하강 국면)으로 SK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이 악화한 시기 자산 유동화 조력자로 등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2조55억원을 기록했다. SK리츠는 매입한 수처리 센터를 SK하이닉스에게 임대해 장기간 임대수익을 거둔다. SK리츠 수익이 늘면 SK로 집행하는 배당도 비례해서 커진다.

SK리츠는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 자산 유동화를 도왔다. 그해 6월 SK리츠가 총 5557억원(부동산 매입가액 5072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소재 U타워(138만719.21㎡)를 매입했다.

당시 SK㈜는 SK리츠 유상증자에 참여해 매입자금을 지원했다. SK㈜는 그해 8월 SK리츠가 진행한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상증자(2012억원)에 총 354억원을 납입했다. SK리츠는 자기자본 2102억원, 타인자본 3217억원 등으로 총 5318억원을 만들었다. 부족한 매입자금(238억원)은 SK리츠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수처리 센터를 인수하는 자리츠 3호의 조달 구조 윤곽도 드러났다. 총 사업비 중 자본금 규모는 4077억원이다. SK리츠가 자리츠 3호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때문에 자본금은 전액 SK리츠의 출자금이다. 자본금을 제외한 7791억원은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차입금으로 형성한다.

SK리츠가 자리츠 3호 출자금(4077억원)을 마련하려면 증자를 진행하거나 추가로 차입을 일으켜야 한다. 지난 3월 말 SK리츠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321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SK리츠가 수처리 센터 사업비를 전액 차입금으로 치르려면 재무안정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사업비를 모두 차입금으로 조성하면 지난 3월 말 224%였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48%로 상승하고, 투자부동산 장부가 기준 LTV는 67%에서 77%로 높아진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공모채 재무비율 유지 조건인 400%와 52%p 차이로 좁혀진다. LTV는 관리 목표치(60% 이하)와 더 멀어진다.

◇ SK리츠, LTV 수준 고려해 자금 조달 계획 중

SK리츠가 재무건전성 훼손을 최소화하려면 U타워 거래 때처럼 SK㈜가 움직여야 한다. SK㈜는 SK리츠 지분 42.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리츠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가장 많은 출자금을 납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당초 SK리츠는 수처리 센터 인수와 별개로 올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유상증자 대금으로 지난해 종로타워를 매입하면서 발행한 전자단기사채(3309억원)를 상환하려 했다. SK㈜가 SK리츠로 출자금을 집행할 계획을 세워둔 셈이다. 세부적인 증자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SK리츠는 지난해 9월 자리츠 2호(토털밸류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세워, 10월 종로타워를 매입했다. 자리츠 2호가 조달한 금액은 총 6768억원이었다. 각각 SK리츠가 출자한 4214억원과 부동산 담보 대출 2448억원이었다.

당시 SK리츠는 차입금으로 자리츠 2호 출자금을 만들었다. 공모사채(960억원), 전자단기사채(3309억원), 전환사채(320억원) 등으로 총차입금을 4589억원 늘렸다.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57%였던 LTV는 12월 말 68%로 상승하며 60%선을 넘었다.


SK리츠가 LTV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수처리 센터 매입자금을 조성할 때 유상증자를 포함해서 조달 구조를 짜야 한다. 리츠는 자체적으로 LTV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치 내에서 부채를 관리하는 재무 전략을 편다. SK리츠가 설정한 LTV 목표는 60% 이하다. 통상 대주단이 리츠에 요구하는 LTV 수준(60%)을 상한선으로 잡았다.

SK리츠 관계자는 "LTV 수준을 고려해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LTV가 60%를 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60%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