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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X 컷' SK하이닉스, HBM 투자만큼은 유지

AI 열풍 타고 수요 급증, 고부가 제품으로 적자폭 완화 기여

원충희 기자  2023-06-26 16:03:16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축소(CAPEX cut)를 단행하는 와중에도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생산에 필요한 투자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HBM은 용량 단위당 가격이 DDR4 및 DDR5 평균 대비 약 5~6배 정도라 수익기여도 상대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필수부품이라 미국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려 반도체 평균단가(ASP) 하락폭을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와 샘플 협의…HBM 5세대 제품 양산도 가속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최근 HBM3E 신제품을 두고 샘플 제공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HBM3E는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밝힌 핀(Pin)당 데이터 전송률 8기가비피에스(Gbps)의 신제품으로 올 하반기 개발해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비장의 카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한 HBM3 D램

HBM은 여러 개의 디램(DRAM) 반도체를 수직으로 연결,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반도체다. 면적당 훨씬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연산하는 생성형 AI에 긴요하게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 HBM3 양산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디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용량인 24기가바이트(GB)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로부터 성능 검증을 통해 올 하반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3은 4세대이며 챗GPT에 장착된 엔비디아 AI 반도체 'A100'에는 HBM2E(3세대)가 들어가 있다. 이번에 개발 단계에 들어가는 HBM3E은 5세대 제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과 비교해 월등히 앞서나가고 있다. HBM은 데이터 서버가 AI 서비스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반드시 탑재돼야 할 부품이다. 고성능 컴퓨팅을 요구하는 생성형 AI에 필수재로 각광받고 있다.

◇DDR보다 5~6배 높은 가격, 글로벌 시장점유율 50% 돌파

특히 HBM은 제품 용량 단위당 가격이 SK하이닉스의 주력인 DDR4, DDR5 평균 대비 약 5~6배 정도로 알려졌다. 수익성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HBM의 비중이 2분기부터 늘어난 만큼 SK하이닉스의 ASP 하락폭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과 적자 전환 등의 이슈로 설비투자 축소를 선언했지만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는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HBM 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 실적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HBM 매출 비중은 디램 매출의 10%에 불과하다. 다만 가격대가 높은 고부가 제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이 회복하기 전까지 적자 폭을 줄여줄 카드다. 최근 샘플 요청을 받았다고 알려진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성사될 경우 매출 비중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50%)가 차지했다.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쟁사와의 격차도 더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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