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억원은 에어부산에 어느 정도의 가치일까.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업황 악화 시기라면 그 가치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수익이라면 어느 때보다 반갑고, 비용이라면 어느 때보다 뼈아프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팬데믹 두 번째 해인 2021년에 358억원을 추가로 비용 부담했다. 리스개량자산과 사용권 자산인 항공기 자산에서 각각 98억원과 26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도합 358억원을 기타비용으로 인식했다.
리스개량자산은 에어부산이 다른 기업에서 빌린 자산에 따로 비용을 들여 사업할 수 있게 가공한 자산이다. 일례로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서 빌린 항공기에 설치한 자재 등이다. 사용권자산은 빌린 자산이다. 에어부산 사용권 자산은 대부분 아시아나항공에서 빌린 항공기와 엔진이다.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은 전액 항공기에서 발생했다.
손상차손은 다소 복잡하다. 항공사는 항공기를 대여할 때 투입한 돈을 한꺼번에 비용 처리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비율 혹은 액수로 차근차근 비용 처리한다. 이를 감가상각이라고 부른다. 물론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한꺼번에 현금이 나갔지만 손익계산서상에서는 다르게 표현한다.
정해진 기간에 감가상각을 완료하면 대여한 항공기의 자산 가치는 '0'원이 된다. 하지만 차근차근 비용 처리 하는 도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로 항공기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으면, 그 잃은 가치만큼을 추산해 비용으로 추가 처리한다. 이를 손상차손이라고 부른다. 현 시점의 기대수익이 최초 대여 시점보다 낮을 때다.
정리하면 2021년이라는 시점에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에서 빌린 항공기와 항공기에 설치한 자재 등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전보다 358억원 줄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돼 언제 과거처럼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손상차손 인식은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항공기 자산에 손상차손이 발생했다고 인식한 곳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과 비교했을 때 에어부산이 유일하다. 손상차손 인식 여부를 기업과 감사인이 재량껏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부산과 당시 감사인인 예일회계법인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자산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처럼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358억원을 기타비용으로 추가 인식하면서 2021년 에어부산의 당기순손실은 약 26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당기순손실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해가 2021년이기도 했다. 이러한 순손실로 그해 말 자본잠식(자본금>자본총계)에 빠졌다.
다만 이러한 보수적인 자산 평가가 꼭 회사에 부담만 주는 건 아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은 어디까지나 손익계산서상에서 벌어지는 일로 실제 회사에서 빠져나가는 현금은 없다. 현금 유출은 특정 자산을 매입하거나 대여할 당시에 일괄 이뤄졌다.
불황 때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손상차손 인식에 따른 추가 비용 처리로 당장의 당기순손실 확대는 피하지 못했지만 현금 유출은 막은 셈이다. 더불어 손상차손을 인식해 추가 비용 처리한 자산의 감가상각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다.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에어부산은 다른 영역에선 경쟁사들과 유사한 비용절감 전략을 취했다. 가령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고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인건비를 2019년 1002억원에서 2020년 604억원, 2021년 544억원, 2022년 60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2019년 30억원이 넘던 광고선전비를 2021년 2억원 이하로까지 줄였다. 고정비 절감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