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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오랫동안 기업의 CFO 산하 조직은 주로 재무영역에 국한돼 있었다. 대형사일수록 재무·조달·기획본부간 업역구분이 철저하게 이뤄졌다. CFO에 자금관리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례화된 트렌드만 따르지 않는 움직임도 더러 엿보인다. 중견사의 경우 CFO에 관리총괄 중책을 부여하고 재무와 조달, 기획 등 전반적인 현안 해결을 주문하는 사례도 속속 보인다. THE CFO가 주요 기업 재무조직의 위상과 권한이 최근 들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국내 대형 건설사의 CFO 조직은 정례화된 특징이 있다. CFO 산하에 재무조직을 두면서도 전략기획, 조달파트와는 구분해 놓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직급 역시 CFO와 대부분 동급으로 부여해 임원간 균형을 맞추고 있다.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 중에서는 CFO 조직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한 곳도 있다. 전략수립이나 신사업 기획, 원자재 구매 등의 업무를 재무활동과 떼어놓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우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의 경우 조직도상 대표 산하에 전략기획사업부, 구매사업부 등과 같은 선상에 배치돼 있다. 재경본부장인 김광평 전무(CFO)와 구매사업부장인 윤정일 전무가 동일한 직위를 가질 정도로 사내위상이 대등한 편이다. 전략기획사업부만 상무급 인물이 배치돼 있다.
재경본부에선 한해 수주 가이드라인을 정해 재무관리에 나선다. 수주 가이드라인에는 매출원가율을 비롯한 직간접 금리, 실행예산, 판관비 등의 목표치가 적시된다. 프로젝트별 원가관리는 재경본부에서 관리하더라도 조달파트인 구매사업부는 CFO의 통제 밖에 있다. 구매사업부는 건축자재나 원자재의 구매, 외주업체 발주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원자재 구매단가 협상이나 하도급 이슈가 많은 만큼 별도 사업부서에서 관장하도록 한 셈이다.
대형 시공사 대부분은 재무라인과 구매조달파트가 현대건설처럼 서로 분리돼 있다. 그만큼 조직내 위상도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 DL이앤씨의 경우 마창민 대표가 경영지원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CFO 직위는 본부 산하인 박경렬 재무관리실 실장이 갖도록 했다. 같은 본부 산하에 안지훈 외주구매실장이 배치돼 있다. CFO가 재무를 전담하되 관리총괄 업무까지 부여하진 않은 것이다.
이밖에 삼성물산도 경영기획실과 건설 조달실을 구분했다. 대우건설 역시 재무관리본부를 이용희 전무에 맡기면서도 조달본부는 중흥토건 출신인 조성동 전무로 정했다. 전략기획본부 역시 별도 부서를 두고 전무급 임원을 선임했다.
대형사 중에 재무본부 위상이 높은 곳으로는 GS건설이 꼽힌다. GS건설의 CFO는 김태진 부사장으로 재무본부를 이끌고 있다. 이와 달리 조달본부는 상무급 인물이 맡고 있다. 본부가 대표 산하에 동일하게 배치돼 있지만 직위 자체는 재무본부가 훨씬 높은 셈이다.
CFO 조직내 위상이 대형 시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곳도 있다. DL이앤씨의 자회사인 DL건설만 하더라도 대표 산하에 경영지원본부가 관리 총괄업무를 맡고 있다. CFO 격인 경영지원본부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지만 경영기획팀, 인사총무팀, 회계팀, 재무팀, 품질환경팀, 법무지원팀, 외주동반성장팀 등을 예하에 두고 있다. 재무관리 뿐만 아니라 경영기획을 비롯해 외주업무까지 총괄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KCC건설의 경우 정몽열 회장과 이창호 대표가 공동대표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창호 대표가 재무 출신으로 승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회장 라인에 총무부와 재정부가 포진해 있다. 공사관리부와 구매부는 이창호 대표 산하에 배치돼 있다.
시장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CFO 조직이 구매, 전략파트와 구분돼 있는 반면 중견사 중에서는 대표와 C레벨 사이에 경영지원본부장이 배치되는 케이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