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의 특성상 배당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다. 투자에 필요한 돈을 배당에 지출해 궁핍해진다면 오히려 성장의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은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은 벌써 3년째 설비 투자를 이유로 주주들에게 곳간을 열지 않고 있다.
배당 시즌마다 주목을 받다보니 이러한 판단이 어떤 결과로 다가왔는지도 관심거리다. 당장에 정답을 도출할 수 없지만 제때 조단위로 투입된 돈을 감안하면 무배당은 충분히 결정이 가능했던 정책으로 보인다. 또 주식 보유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판단할 수 있는 총주주수익률(TSR)은 늘어나 주주 이익이 나쁘지만도 않다.
◇투자 적기 찾았다...FCF 충족은 어려워
배당할 재원이 모자라면 주주환원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0%를 주주환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체 산출한 FCF가 해마다 음수였기 때문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을 배당없이 건너 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화솔루션은 자체 산출한 FCF가 -1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가량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음수를 가리키고 있어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기엔 어려운 형편이다.
투자자산 취득액이 늘어난 원인이 가장 컸다. 예컨대 새 배당정책이 시행된 2021년 CAPEX(자본적지출) 및 투자자산 취득액으로 2조원 넘게 나갔다. 이중 RES프랑스의 인수 대금 1조원을 비롯해 한화임팩트 지분 인수, 미국 전력관리 벤처 랜시움 투자 등 과거보다 투자자산을 확보한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 해 한화솔루션은 CAPEX 및 투자자산 취득액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을 지출했다. 2022년 CAPEX가 9400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역시 폴리실리콘·반도체 특수가스 생산업체 REC실리콘 지분 인수와 세븐 스톤즈 와이너리 인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산 인수 등의 취득액이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이전까지 당기 순이익과 상관없이 300억~500억원대의 배당총액을 유지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3년 동안 최대 약 15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배당이 아닌 필요한 투자에 썼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현금창출력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투자의 적기 관점에서 무배당 자체는 합리적인 결정이었던 셈이다.
◇배당 없었지만 TSR은↑...주주환원 부담감 상쇄
한화솔루션은 주주 이익 측면에서도 일단 부담감을 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 보니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도 TSR이 줄곧 상승세를 보여 왔다.
한화솔루션의 TSR은 배당을 했던 2019년 말 기준 -3.78%를 나타냈지만 2020년 158.92%로 높아졌다. 2021년 말 다시 -25.56%까지 미끄러졌지만 주가가 내내 상승세를 그린 지난해엔 20.96%를 기록했다. TSR은 주주들의 기업 주식보유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판단할 수 있는 성과지표로 높을수록 주주 이익에 긍정적이다.
배당으로 주주의 충성에 보상하지는 못했지만 대표가 직접 TSR을 언급한 데서도 주주환원에 다소 홀가분해진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이구영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작년과 같은 상황에서 21%의 TSR을 시현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미래 성장 투자에 대한 확신을 자본시장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투자 성과가 더 가시화하기 전까지 무배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배당 전략이 주주 이익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선 성공적 결실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초 셀, 모듈, 잉곳·웨이퍼 설비 구축을 위해 2025년까지 미국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 내 전략자산 투자 및 지분 인수를 위해 5억달러(6557억원)의 출자 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자본적지출로 4200억원 가까이 썼다"라며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탄탄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FCF가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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