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한화솔루션의 배당 시계는 2019년에 멈춰져 있다.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매번 달성하지 못하면서 해마다 무배당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모든 주주환원은 주가 변동률에 집중돼 있다. 올해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반에 대규모 지출이 감행되고 있어 FCF는 큰 진전 없이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한화솔루션이 마냥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했던 건 아니다. 무배당 이후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총회 공지 시점 △배당정책 통지 등 주주친화적 기능을 대거 확대시켜 왔다. 특히 주주와의 소통에 인색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기업설명회(IR)에 최고재무관리자(CFO)가 나와 브리핑하는 등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데 힘쓰는 양상이다.
◇2019년 이후 달라진 모습...다른 계열사에도 앞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만 2조3400억원에 달하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무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같은 결정이다.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0%를 배당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내부 정책 때문이다. 현금성자산은 2조가 넘지만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투자금을 뺀 FCF가 음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주주친화정책 자체가 뒤로 가고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올해 한화솔루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등 주주관련 지표는 4개 항목 모두 준수하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2019년 당시 한화솔루션은 시장에서 권고하는 기업지배구조 주주관련 지표를 대체로 준수하지 않는 기업으로 분류돼왔다.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와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등 주주관련 지표 중 절반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한화솔루션은 보통주 200원, 우선주 250원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비록 배당금을 지급할 때였지만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접근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준비가 미비했던 셈이다. 오늘날 한화솔루션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75%)나 한화시스템(75%)보다도 준수율이 높아 그룹 차원에서도 우수한 모습을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은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과 직접적으로 나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주주친화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한화솔루션은 주주권리 보호 활동을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IR 발표자도 최고재무책임자가 맡아
이뿐만 아니다. 무배당 기조 후엔 기업설명회(IR) 활동에 힘을 주며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20년 웹캐스팅 방식의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을 도입했는데 이는 한화 계열사들 중 한화솔루션이 처음으로 채택한 사례였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IR자료 외에 실적 발표회 내용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IR을 챙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화학·첨단소재·태양광 통합 법인이 된 뒤 개최한 2019년 첫 IR에 CFO는커녕 임원들도 나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재는 신용인 CFO가 실적 브리핑을 이끌고 있다. 질의응답은 실무진이 처리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IR을 임원이 맡게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배당 기조에 따른 원성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관계 형성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에서도 사업성과나 계획 등을 더 투명하게 밝히려고 노력 중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전략적 무배당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면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올해 이구영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총주주수익률(TSR) 측면에서 주주들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일주일 만에 5만3700원(29%↑)으로 상승했다. 사업 성장성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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