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상승 모멘텀을 찾았던 것처럼 보였던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년 내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던 주주들은 상반기가 다 가도록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허탈감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잉여현금흐름(FCF)을 통한 배당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다시 원점으로 온 만큼 한화솔루션이 주가를 움직이게 할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모색할지 주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시 4만원대로 하락...무배당 가능성도↑
지난 일년 간의 주가 성적표를 살펴보면 한화솔루션의 상황은 쉽지 않다. 지난해 9월 15일 종가 5만4600원서 올해 6월 1일 현재 4만4600원으로 19% 하락했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처음 일었던 지난해 7월 말 수준(4만4100원)으로 다시 회귀한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내부적으로 집중적인 성장 투자로 기업가치 증대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하지만 연초 3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뒤로도 주가는 현재 6%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미국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구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목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것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무거운 이유는 여럿이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케미칼(기초·가공소재) △첨단소재 등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다. 이중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이 불황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이 자유롭지 못하다. 수요 부진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IRA와 연결 지어도 딱히 눈에 띌만한 일은 없다. 올해 2분기부터 세액공제를 받게 될 거란 기대감이 일찌감치 주가에 반영된 덕분에 주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초 바짝 상승했던 편이다. 그리고 연초 3조2000억원의 대형 투자도 같이 발표돼 주주들이 반가워할 소식이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주가를 움직였던 트리거들이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잉여현금흐름(FCF)은 -1137억원으로 나타났다. FCF의 2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정책에 따라 올해도 역시 배당금을 주자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2년 간 한화솔루션은 배당금을 책정하지 않았다.
◇자사주 활용 여부에 주목...시기적으론 적기
그렇다면 거슬러 올라가 한화솔루션에는 어떤 대안들이 있었을까. 옛 한화케미칼 시절부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즐겨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 2018년 보유 자사주 약 170만주에 대해 임의, 무상 소각을 결정한 이후 지난해까지 벌써 4년째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식의 주주가치 제고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23일 약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하고 일주일 만에 주가가 3.7% 상승했다. 2020년 2월 20일엔 총 발행 주식의 1%인 약 200만주를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때는 당일에만 주가가 4.77% 올랐고 그 다음 날에도 2.78% 상승하기도 했다.
통상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발표에도 주가가 꿈쩍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이다. 이러한 발표 자체가 한화솔루션의 주가를 끌어올렸다기보다는 그간 직접적인 주주환원에 다소 무심했던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여러 기대감이 주주들을 끌어들여 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비슷한 일례로 지난 4월 5일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가 장내 매수로 자사주 600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보통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도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읽힌다. 그래도 이 대표의 자사주 취득은 수량이 적었던 데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한 일은 아니다.
주가 흐름이 그간의 추세보다 저렴한 시기인 만큼 자사주 활용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기에도 적절한 때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아직 FCF가 마이너스를 기록,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당대신 더 유연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주주환원을 시도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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