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금호타이어가 미국 법인인 'Kumho Tire U.S.A.'에서 근무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미국 법인은 생산과 판매 법인 등을 총괄하는 곳이다. 미국의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현지 법인의 역할과 함께 규모도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채용하는 미국 법인 CFO의 직급은 상무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 28명의 상무 임원 가운데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원은 없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법인에 CFO라는 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채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인 CFO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기획과 재무, 인사 등 경영지원 전반이다.
현재 미국 전역을 총괄하는 임원은 조남화 전무다. 1967년생인 조 전무는 북미영업기획팀장과 SCM(공급망)담당, 유럽영업담당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미주 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회사 내에서 손꼽히는 '해외통'이자 금호타이어에서 30년 넘게 근무해 회사 사정에도 밝다.
향후 미국 법인 CFO는 조 전무와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다만 조 전무가 캐나다와 남미 등의 사업도 챙기기 때문에 때때로 미국 내 사업에 대해선 미국 법인 CFO가 CEO에 준하는 수준의 업무 범위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법인 CFO는 먼저 본사 소속으로 채용된 뒤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된다. 연봉 외에 주택지원금 등이 별도로 지급된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만큼 출중한 영어 실력과 함께 현지 문화에 대한 높은 수용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획과 재무 등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한다.
미국 조지아주와 오하이오주에 생산법인과 판매법인, 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금호타이어에 미국 법인의 역할은 최근 더 중요해졌다.
가령 2021년 미국 상무부는 금호타이어 한국산 타이어에 21.7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타이어 업체들의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조립·생산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IRA를 시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가리키는 바는 미국산 타이어 생산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도 조지아주 공장을 증설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연간 생산량이 400만개에서 450만개로 늘어났다. 조지아주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산시설이 있는 곳으로 현대차그룹은 현재 이곳에 전기차 전용 공장도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금호타이어는 공장 증설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물적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사회 단골 안건 중 하나가 미국 판매법인 출자일 정도로 미국 법인 지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미국 법인의 몸집과 실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더블스타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해인 2018년 말 7026억원이었던 자산은 2022년 말 9909억원으로 4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06억원에서 1조929억원으로 88% 증가했다. 역할과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CFO를 찾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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