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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플랫폼은 지금

카카오, 이면에 숨겨진 풍부한 유동성

②여윳돈 1400억 CP 운용, 잉여현금흐름 확대…두둑한 실탄, 신사업 기회 모색

원충희 기자  2023-05-04 07:47:18

편집자주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한 해 성과가 나왔다. 흑자 기업은 소수로 다수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최근 경영난으로 파산 선고를 받은 곳도 있다. 과거 투자시장의 총아로 각광 받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옥석 가리기' 단계에 들어왔다. 생존게임을 시작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재무적 관점에서 주요 플레이어들의 생존 가능성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봤다.
대규모 투자와 선점자 어드밴티지가 강한 플랫폼 시장에서 적기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과 유동성 확보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여느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보다 앞서 있다. 2021년 투자유치를 통해 상당량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 중 작년에 37%를 소진했다. 투자에만 2983억원의 현금을 썼다.

다만 자세히 보면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CAPEX)에 쓴 금액은 그 중 절반 정도다. 1400억원가량이 기업어음(CP) 등 금융자산에 들어가 있다. 이는 대부분 1년 내 처분 가능한 유동성 높은 자산이라 사실상 현금성자산에 가깝다. 여전히 두둑한 실탄을 들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싸움' 플랫폼 경쟁에서 시장 주도권 선점

업종은 달라도 플랫폼 시장은 공통적으로 선점자 효과가 크다. 먼저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고 브랜드를 널리 알려 소비자들에이 익숙하게 만든다. 이는 곧 시장점유율과 규모의 경제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권을 쥐고 가장 앞서 있다. 성장 잠재력을 기반으로 사모펀드, 전략적 투자자(SI)들로부터 연달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풍족한 실탄으로 택시법인들을 인수하고 택시면허를 사들였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가능했다. IT와 플랫폼 고도화에 앞서 나갔으며 M&A를 통해 주차사업, 물류사업 등으로 비즈니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은 자본 싸움이다. 투자재원을 마련할 만한 현금창출력을 확보하던가, 투자를 끌어내 성과로 보여줄 사이즈를 갖춰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에도 TPG컨소시엄·칼라일, ㈜LG와 GS에너지·칼텍스 등으로부터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그 해 유상증자로 들어온 현금 6113억원으로 곳간을 채웠다. 그 후 1년 뒤인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현금보유량(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906억원으로 전년 6255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입 규모가 1년 만에 386억원에서 970억원으로 대폭 늘었으나 투자목적으로 2983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탓이다. 재무활동에선 별다른 투자유치 없이 소규모 단기차입금과 리스부채 상환 정도의 이슈만 있다. 기업 전반적으로 유입된 현금보다 빠져나간 금액이 훨씬 많다.

다만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상세히 보면 CAPEX에 해당되는 유·무형자산 취득은 387억원, M&A를 통한 신규 자회사 편입에 927억원, 관계기업 주식 취득에 66억원을 썼다. 투자현금흐름 순유출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총 1380억원이다. 이를 웃도는 1405억원이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취득에 투입됐다. 이는 매매차익 실현을 위해 사들인 금융자산으로 가치변동이 당기손익으로 인식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 '쏘르드라이브(ThorDrive)'와 농기계업체 '대동모빌리티' 등 비상장사 지분을 제외한 1400억원 대부분이 CP 등으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회사가 여유자금에 대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운용 중인 금융상품의 일부에 대해 관련 회계기준에 따라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용 유동성 5300억 이상, 잉여현금흐름도 3.7배 급증

CP 등은 1년 내 처분 가능한 유동성 자산이다. 결국 1400억원가량은 사실상 현금성자산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용 유동성은 5300억원 이상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 중에서 가장 탄탄하다. 이를 통해 MaaS(Mobility as a Service) 실현을 위한 사업 다각화와 해외진출 기반 마련용 M&A도 실행할 수 있다.

*2022년도 기준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 등을 제하고 남은 현금흐름을 뜻한다. 주로 배당, M&A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잉여현금흐름이 154억원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뒤 작년에는 583억원으로 3.7배 늘었다.

아직 자체적인 수익창출력으로 투자재원을 모두 감내할 정도는 아니지만 외부자본 수혈로 연명하지 않을 수준의 자생력을 확보한 셈이다. 앞으로 택시 기반 모빌리티 시장의 업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체력 비축은 중요한 경영자산이 됐다. 한때 가맹택시 대수가 1만대를 웃돌며 업계 2위에 올랐던 마카롱택시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데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직영업체 중 진화택시와 KM2의 휴업을 결정하고 근로관계를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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