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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성별 다양성 규정 미준수, ESG 평가 영향은

글로벌 ESG 등급 하위권...해외사업 영향 주목

김위수 기자  2023-05-19 14:17:19
KCC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165조20)이 지난해 8월 시행됐다. 법안 적용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기업은 2020년부터 주어진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하며 법안 시행에 앞서 이사진을 정비했다.

이 가운데 KCC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별도법인 기준 자산총계가 9조원에 달하는 상장사지만 이사회는 아직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올들어 실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이 다뤄졌음에도 성별 구성에 변화가 없었다. 자본시장법 규정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규정 안 지켜도 처벌은 없지만 ESG에는 불리

KCC가 법안 시행 이후에도 크게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는 법안에 별다른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이사회 성별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조항은 권고 수준에 가깝다.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KCC에 돌아오는 과태료 등의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법으로 규정된 사안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ESG 기조에 어긋난다. 또 이사회 구성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이를테면 한국ESG기준원(KCGS)은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KCGS 관계자 역시 ESG 등급 평가에서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가 미비할 경우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ESG 평가를 위한 평가 문항이 다양한 만큼 등급을 결정지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즉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가 ESG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겠지만, KCC가 ESG 등급 개선을 원한다면 조항을 충족하는 편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CC 관계자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검토 중"이라며 "자본시장법으로 권고하고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 박차 가하는 KCC, 글로벌 ESG 등급 미흡

KCC의 ESG 등급은 국내외 평정기관간에 차이가 큰 편이다. 지난해 기준 KCGS와 한국ESG연구소는 KCC의 ESG 등급을 A로 책정했다. 반면 무디스는 올해 KCC의 ESG 종합점수로 33점을 매겼다. 무디스는 점수에 따라 ESG 현황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30~49점 사이의 점수는 '제한적(Limited)'에 해당한다. 아래에서 두번째에 속하는 그룹이다. 특히 지배구조 점수가 27점에 불과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지난해 KCC의 ESG 점수로 100점 만점에 36점을 줬다. 2019년 평가가 기준이기는 하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의 ESG평가도 B로 나타났다. B는 위에서 여섯 번째, 아래서 두 번째에 위치한 등급이다.

한국거래소 ESG포털 캡처

건자재·도료와 같은 KCC의 기존 사업은 내수 판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KCC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리콘 사업은 다르다. 올 1분기 기준 KCC의 전체 매출 중 56.9%가 실리콘에서 발생했다. KCC가 실리콘 사업을 확장한 것은 2019년 말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부터다. 글로벌 사업자를 인수하며 사업을 키운 만큼 해외 사업 비중이 크다. 실제 실리콘 사업의 주요 고객사는 P&G, 3M, 로레알 등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ESG 등급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위한 주요 잣대로 ESG 등급을 활용하는 것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됐다. 여기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ESG가 중요해지는 추세다. 애플·BMW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한 협력사들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공급망 ESG 실사법을 도입하는 등 ESG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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