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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인건비 '5조 시대' 열리나

최근 임단협으로 급여·복리후생비 증가...설비투자 확대와 함께 비용 관리 중요성 대두

양도웅 기자  2023-05-16 16:23:16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완료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인건비가 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4조1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도 밝혔기 때문에 당분간 비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건비 외에도 유형자산 감가상각비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금은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액수로 비용 처리한다.

지난 15일 삼성디스플레이와 열린노동조합은 2023년 임단협 체결식을 열었다. 체결한 협약 내용은 △기본 임금 인상률 2% △개인별 평균 성과 인상률 2.1% △현금성 복지 포인트 100만원 △월중 휴무(월 고정 외 근로시간 8시간 충족한 대상자) 등이 골자다. 열린노조는 올해 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이 4.1%라고 밝혔다.

재무제표상 인건비는 일반적으로 종업원 급여와 퇴직 급여, 복리후생비를 합해 산출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보고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종업원 급여는 3조6714억원, 퇴직 급여는 1894억원, 복리후생비는 7266억원으로 총 4조5874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2.1% 증가한 규모이자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인건비 최대치를 새롭게 쓸 예정이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종업원 급여에 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 4.1%를 곱해 더하면 올해 종업원 급여는 3조8219억원, 임직원이 2만1000명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복지 포인트 100만원으로 추가 복리후생비가 210억원 넘게 추가로 발생한다.

더불어 임금이 오르면 퇴직 급여도 오른다. 퇴직 급여 산정 공식은 '1일 평균 임금×30일×(재직일수 ÷365)'다. 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이 4.1%이니 퇴직 급여도 이에 준하게 오른다. 지난해 퇴직 급여 1894억원에서 4.1%를 곱해 더하면 2000억원 가까이 된다. 종합하면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주의할 점은 전체 수익과 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전체 수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였는데 2022년에는 13.4%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서 16.1% 확대됐다. 인건비 관리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추세인 셈이다.


인건비 규모와 비중이 증가하는 최근 5년간 수익성이 향상된 점은 당장은 위안거리다. 2018년 7.8%였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7.2%로 상승했다. 인건비 증가에도 6조5118억원이었던 감가상각비가 4조8190억원으로 감소한 게 주효했다. 2017년 13조원 넘는 설비투자 관련 비용을 상당 부분 털어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IT용 OLED 패널 설비투자에 총 4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매년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하는 것이다. 수익성 향상의 주요 원인이었던 '감가상각비 감소'가 '감가상각비 증가'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당분간 비용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자금 관리를 비롯한 경영지원 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은 이병준 부사장이다. 법인 등기에 따르면 전임인 신재호 부사장에 이어 올해 3월 선임됐다.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인 삼성전자 미래전략실과 그 후신인 사업지원TF에서도 근무했을 만큼 내부에서 신뢰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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