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조달전략 분석

엘앤에프의 '공격적' 자사주 활용법

③단순 처분·교환사채로 9400억 확보...현 지분율 3.4% '잔여 자사주' 활용 가능성

양도웅 기자  2023-05-04 15:59:18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주가가 우상향하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가장 매력적인 자산은 '자기주식(자사주)'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현재 가장 필요한 걸 손에 쥘 수 있다.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면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 자사주를 넘기면 된다. 자금이 필요하면 시장에 처분하거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된다.

엘앤에프도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원이 넘어서는 등 사업으로 대규모 필수 설비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1년간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활용해 9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왔다.

지난해 5월 미국 자산운용사인 브룩데일인터내셔널파트너스(Brookdale International Partners) 등에 자사주 100만주를 매각했다. 브록데일인터내셔널파트너스가 절반인 50만주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약 2766억원을 확보했다. 2766억원은 지난해 필수 설비투자금으로 지출한 2875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올해 4월에는 자사주 151만3010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JP모건 등이다. 이를 통해 엘앤에프는 6628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2651억원은 올해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3977억원은 현재 진행하는 증설 투자금으로 사용한다.


교환사채 발행의 특징은 발행사인 엘앤에프와 투자자가 합의한 주가 기대치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교환사채 만기는 2030년으로 교환가액은 43만8100원이다. 회사와 투자자들은 7년 뒤 '적어도' 주가가 현재(4일 종가 25만5000원)보다 72%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엘앤에프의 7년 뒤 목표 주가가 최소한 43만8100원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목표 달성을 하려면 회사는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사업 전략을 추진해야 하고 주가 부양책도 펼쳐야 한다. 더불어 만기 때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해 시장에 매각할지 아니면 투자금을 돌려받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대규모 주식 물량이 당장 시장에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높은 교환가액에 기반한 교환사채 발행을 '호재' 중 하나로 평가한다.

1년간 자사주 처분과 교환사채 발행으로 2021년 말 373만8611주였던 자사주 규모는 현재 122만5601주로 감소했다. 지분율로 보면 7.60%에서 3.40%로 줄었다. 하지만 양극재 분야에서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큰 규모다. 에코프로비엠의 자사주 규모는 14만1263주로 지분율로는 0.14%다.


엘앤에프의 현 주가 기준으로 자사주 가치는 3100억원이 넘는다. 1년 전처럼 단순 처분을 하든 이번처럼 교환사채를 발행하든 대규모 설비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앞다퉈 공장 증설 자금을 조달하는 때에 적지 않은 규모의 자사주는 엘앤에프에 분명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주가를 관리해야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주주친화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생산량 확대와 함께 엘앤에프의 주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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