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DGB금융이 실적발표회(IR)에서 지주와 계열사 재무라인 협업 체계를 가동했다. 지주 차원의 IR이지만 대구은행, 하이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발언 기회를 보장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천병규 DGB금융 그룹경영전략총괄(CFO) 전무 취임 후 이뤄진 변화다.
◇신임 CFO '3인방' 역할 분담
DGB금융지주는 지난 27일 2023년 1분기 실적발표회를 열었다. 천 전무, 이은미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상무, 박춘호 하이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등 지주와 계열사 CFO가 모두 참여해 IR을 진행했다. 세 명의 CFO는 Q&A 세션에서도 각자 발언권을 행사해 그룹과 계열사 관련 사안을 설명했다.
DGB금융은 올해 초 그룹 재무라인을 쇄신했다. 천 전무는 2016·년 DGB생명으로 이직해 2020년 CFO에 취임했다. 올해 지주 CFO로 자리를 옮겼다. 자산운용업계 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외부 출신이지만 계열사 근무 경험이 있어 그룹 사정에 밝다.
여기에 대구은행 최초의 외부 여성 임원인 이 상무가 합류했다. 이 상무는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재무관리부문장(CFO), HSBC서울지점 재무관리부 부대표(CFO)를 거친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이다.
하이투자증권에서는 박 상무가 CFO로 취임했다. 박 상무는 하이투자증권에서 30년을 근무했다. 정통 증권맨으로 DGB금융에 인수되기 전부터 하이투자증권 사정을 잘 알고 있다.
DGB금융이 그룹 차원의 재무라인을 관리하기 시작한 건 2020년 김영석 전 DGB금융 전무를 영입하면서다. 김 전 전무를 영입하면서 CFO 업무를 전담하는 최고재무총괄(현 그룹경영전략총괄) 직책이 생겼다. 김 전 전무는 지주에 그룹 재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고 IR도 김 전 전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 전무가 IR을 총괄하는 임원이 되면서 기류 변화가 생겼다. 그룹 CFO 3인방이 합작해 IR을 진행하는 체제가 안착됐다. DGB생명을 거친 천 전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관려해 심도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다. 이 상무와 박 상무는 각각 은행과 증권의 자산건전성 관리 현황에 대한 설명을 주로 맡았다.
◇은행·증권 자산건전성 사수 '중책'
세 CFO가 본격적으로 합을 맞춘 이번 IR은 자산건전성 관련 우려를 일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DGB금융 NPL비율은 지난해 3분기 0.52%에서 지난해 말 0.95%로, 올해 1분기 말 1.03%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연체율 0.41%, 0.61%, 0.96%를 기록해 자산건전성 악화 속도가 빠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질문도 자산건전성 관련 내용에 집중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연체율이 전분기 대비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기업 내에서도 자동차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고 질문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1분기 대손비용을 250억원 추가 적립했는데 어떤 내용 때문에 선제적으로 적립한 건지 궁금하다"며 "PF 관련해 현재 상황을 전반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새로 정립된 방식에 따라 답변 대부분을 소화했다. 이 상무는 "대구 지역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연체율이 올라온 부분이 있고 자동차업 관련해서는 특정 업체가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됐다"며 "가계 신용대출은 구성비가 낮고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위주여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답변을 맡았다. 그는 "가혹할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았는데 가장 위험하다는 사인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제거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선 것"이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려는 정부 의도에 부응하고 있고 어려움이 있따면 마중물을 넣어 사업장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천 전무는 질의응답 발언권을 최대한 넘기고 은행과 증권 CFO의 답변 후 보완하는 방식으로 IR을 진행했다. 천 전무는 "대구 전체 부동산 시장과 그룹 PF는 상관관계가 5~6% 수준으로 익스포저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선제적으로 충당금 관리하고 있지만 대구은행과 DGB캐피탈의 경우 대부분 선순위를 취급하고 있고 LTV 레벨도 낮아 실제 노출 정도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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