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상무보)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알리기 전면에 나섰다. DGB금융지주 IR(Investor Relations)에서 15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배경을 설명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하이투자증권의 PF 충당금 적립은 7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강화된 사업성 평가 기준 탓에 충당금 규모가 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연말까지 PF 익스포져(Exposure)를 자기자본의 40%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사업성 재평가 '후폭풍'
30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7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4분기 3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마이너스(-) 49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가 싶더니 다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적자 배경은 PF 충당금 탓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상반기 중 강화한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사업성 평가등급 분류는 양호·보통·악화우려로 기존 3단계였는데 평가 기준 개선 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됐다. 이에 따라 더 보수적 관점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재평가 끝에 하이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1509억원의 PF 충당금을 기록했다. 이는 하이투자증권이 분기 충당금을 쌓은 이래 최대 규모다. 충당금 적립은 2022년 4분기부터 시작됐다. DGB금융지주 차원에서 분양률이 낮거나 LTV(Loan-to-value ratio) 비중이 높은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시에 112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도 1년 내내 이 같은 기조가 이어졌다. 회사 차원에서 사후 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상환이 어려워 보이는 사업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처리했다. 지난해 연간 충당금 규모는 총 1324억원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도 300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이번 대규모 비용 처리는 리스크를 빨리 털고 가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은 DGB금융지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안으로 부동산PF 리스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PF 익스포져 40%까지 낮춘다
류 본부장은 PF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도 소개했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66%인 PF 익스포져를 줄여나가 연말 자기자본 대비 4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는 100%를 훌쩍 상회했다. 2020년 말 137%였던 비중은 2021년 말 124%로 낮아지다가 지금은 60%대로 급감했다.
상반기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PF 익스포져는 8270억원이다. 목표치만큼 낮추려면 PF 익스포져를 2000억원 가량 더 줄여야 한다. 하이투자증권의 PF 사업 기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 본부장이 모회사 실적발표회에 참여해 PF 리스크를 알렸지만 이와 관련된 전략 수립은 리스크관리본부를 비롯 PF 관련 실무 부서와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류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CFO로 신규 선임되면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기 시작했다.
1971년생으로 부산 브니엘고와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했다. 경력 대부분을 기획과 전략 관련 부서에서 쌓았다.
눈에 띄는 이력이 바로 2022년부터 CFO 부임 직전까지 속했던 DG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다. 2022년 2월 미래전략부로 옮겨 DG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비롯 M&A(인수합병), 해외 지분 투자 등에 관여했다. 류 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증권·운용 계열사를 주로 살폈다고 전해진다.
이제 류 본부장의 남은 과제는 추가 부담 최소화다. 증권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3분기에도 추가로 비용을 처리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후 "보통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유의·부실우려로 건전성이 하향할 수 있다"며 "3분기 중 약 500억원 내외 추가 손실 인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반기 정기평가를 마친 지난 23일 금융부문 정기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증권업계에서 하이투자증권을 주요 모니터링 업체로 꼽았다. 부동산PF 관련 부실 수준, 재무위험 저하 위험이 높은 기업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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