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장점유율(지난해 말 기준)은 D램 74%, 낸드플래시 51%에 달한다. 두 회사의 감산 수준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반등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1분기 두 회사의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에서도 발표와 질의응답의 초점이 실적 반등의 키가 될 감산전략에 쏠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통적으로 2분기부터 재고가 축소되고 하반기에는 전방산업 수요도 회복되기 시작해 '상저하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감산 효과는 언제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줄이는 형태의 감산을 진행 중이다. 그 효과는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발표다. 수요 부진과 재고 누적, 가격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2분기부터는 해소되는 수순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컨콜에서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에 있으며 이에 따라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감소 폭이 하반기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전날(26일) 있었던 컨콜에서 "1분기를 지나면서 고객들의 메모리 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2분기부터는 공급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메모리 재고 수준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부터는 정보기술(IT) 고객사들의 수요 회복도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모두 감산에 들어가면서 공급은 축소되고 수요는 증가하며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모리 응용처별로 보면 서버 쪽보다 모바일과 PC분야의 수요 회복이 더 빠를 것으로 진단했다. 하반기 스마트폰과 PC 신제품 출시 등이 예정돼 있는 데다 메모리 고용량화로 '상저하고' 수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단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일부 중화권 고객으로부터 판매 확대와 제품 차별화를 위한 16기가비트(GB) LPDDR5X 고용량 제품과 9.6Gbps(초당 9.6기가비트) '터보(LPDDR5T)' 등 고성능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고객들의 차별화 노력이 올해 모바일 메모리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버 쪽의 수요 회복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 래피즈의 채용 확대로 여기에 들어가는 차세대 메모리 DDR5 비중이 증가할 수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재고의 대부분인 기존 DDR4 제품이기 때문에 DDR5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단 얘기다.
◇생산량 조절은 얼마나? 언제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컨콜 발언을 통해 방향성은 유추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감산의 목적이 D램과 낸드 가격 정상화에 있는 만큼 재고가 감소할 때까지 감산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의 수요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2분기에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반영해서 탄력적으로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탄력적인 생산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급이 안정화되고 재고도 적정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현재의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해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하반기에도 시장 수요를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웨이퍼 투입량 조정을 통한 생산량 축소를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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