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매물 폭탄'을 맞은 기업들이 연일 하한가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도시가스 역시 여기 휘말렸지만 대주주와 임원들은 오히려 적잖은 수익을 챙겼다. 주가 상승기에 지분을 대거 처분하면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0%대에서 50%대로 축소됐다.
서울도시가스 주가는 2020년 연말 즈음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해 실적은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6만원대를 맴돌던 주가가 2년 만에 9만원대를 찍었고 2021년 1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후로도 파죽지세 상승세를 이어갔다. 급기야 이달엔 주당 50만원에 가깝게 치솟았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기간 오너일가와 임원, 계열사들이 서울도시가스 주식을 무더기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작년 4월부터 최근 1년간 총 57만7704주를 팔았는데 발행주식 대비 11.6% 수준이다.
이중 절반을 넘는 약 32만주가 올 들어 매도됐다. 오너 김영민 회장과 계열사 몫이 대부분이다. 김영민 회장이 4월 17일 돌연 10만주를 팔면서 지분율이 11.54%에서 9.54%로 떨어졌다.
김 회장은 2004년 2만9000주를 장내매도, 이듬해 1만7000주를 사단법인에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다가 근 20년 만에 보유주식이 줄었다. 단가는 45만6950원, 약 457억원을 현금으로 가져갔다.
이외에도 김 회장의 장녀 김은혜씨와 친인척 차정현씨가 각각 404주, 2000주를 15만5000원, 26만764원에 장내매도했다. 처분금액은 약 6300만원과 5억2000만원 수준이다.
계열사들의 주식 매도 역시 이어졌다. 우선 그룹 계열사인 서울도시미디어가 2021년 4월부터 작년 말까지 세 번에 걸쳐 서울도시가스 주식 1100주를 팔았다. 또 SG증권발 쇼크로 하한가가 계속되자 남은 주식 511주를 올해 4월 26일 전부 매도하면서 보유 주식을 모두 털었다.
이밖에도 대성홀딩스가 올해 1월 10만주, 3월 12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앞서 2022년에도 8월과 11월 각각 15만주, 10만주를 팔았고 네 차례에 걸친 처분 단가는 23만7900원, 30만2250원, 40만2838원, 44만9064원으로 계속 올랐다. 매수에 따라 확보한 현금은 총 1601억원이다.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와 형제기업이다. 대성그룹 창업주인 김수근 회장이 2001년 타계한 이후 세 아들의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 분쟁은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가스, 막내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가지고 한 지붕 아래 흩어지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를 확보했는데 이번에 대거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3.20%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현재 대성홀딩스는 김영훈 회장이 지분 39.9%, 알앤알이 지분 32.84%를 보유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72.74%에 이른다. 알앤알은 김영훈 회장과 그의 장남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가족회사다. 서울도시가스와 함께 SG증권발 사태에 포함된 8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서울도시가스와 달리 오너일가의 매도 움직임은 없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도시가스 오너일가와 계열사, 임원들이 처분한 주식을 모두 따져보면 대략 2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20년 말 63.6%에서 51.8%로 하락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주가 고평가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서울도시가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0년 3.45배였으나 2021년 100.85배, 작년 말 기준 120.18배로 껑충 뛰었다. 다른 도시가스 관련주들과 지표를 비교해보면 작년 말 경동도시가스의 PER은 6.17배, 인천도시가스는 10.02배를 기록했다. 서울도시가스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