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겼다. 국내 목재산업의 거목이지만 창립 74년 만이니 빠르게 컸다고 보긴 어렵다. 성장 정체 구간이 그간 수차례나 있었다. 한계를 벗어날 돌파구를 동화는 2차전지 원료에서 찾고 있다.
일찍부터 사업 확장의 의지가 강했던 승명호 회장은 4년 전 전해액 제조사업에 진출했다. 목재에서 더 이상 엄청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동화기업의 다음 막을 끌어갈 열쇠를 전해액이 쥐고 있다.
동화기업은 '동화자연마루'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제재소를 하던 고(故) 승상배 명예회장이 1948년 설립했다. 그는 목재공업단지를 조성하고 강화마루와 나무벽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 파티클보드(PB) 공장과 중밀도섬유판(MDF) 공장을 국내 최초로 지었다.
다만 목재사업에 한계가 있다 보니 사세를 크게 확장하진 못했다. 차남 승명호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은 1993년이다. 창업주인 아버지보다 도전적인 면모가 있었다. 체계가 탄탄하지 않았던 회사 경영시스템에 기획실을 도입하고 회계 투명화를 추진했다.
사세 확장의 뜻은 2010년 즈음을 전후해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2009년 경쟁 끝에 대성목재를 인수했다. 기존사업에 합판을 추가해 포트폴리오를 목재 전반으로 넓히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매출에 당장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동화기업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이 4000억원대를 큰 변화없이 맴돌았다.
2014년 이후론 국내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원재료 단가도 떨어지면서 매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다. 베트남에서 MDF(Medium Density Fiber) 보드를 생산하는 'VRG Dongwha MDF'가 2014년 가동을 시작하면서 해외 소재부문 매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였다.
승명호 회장은 인수합병(M&A)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7년 페놀수지를 생산하는 태양합성, 테고필름을 만드는 핀란드 코트카밀 임프렉스(현 Dongwha Finland)를 각각 405억원(100%), 345억원(100%)에 연이어 사들였다. 또 2019년엔 신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주목했다. 파낙스이텍(현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지분 90%를 1179억원에 인수하면서 전해액 제조업에 진출, DNA 변신을 꾀한다.
전해액은 양극재·음극재·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다. 2차전지 제조원가에서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전해액을 생산하는 기업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제외하면 천보, 엔켐 등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액(동화일렉트로라이트)과 화학수지 등 화학부문이 동화기업 전체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확대 추세다. 2019년 화학사업부문이 신설됐으며 매출 비중이 그해 20.0%에서 2022년 24.7%로 점차 늘었다. 지난해 연결 매출 1조1004억원 가운데 2881억원이 화학사업 몫이다.
승명호 회장은 올해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전해액을 포함한 화학사업군이 동화 제2의 성장동력임을 명실상부하게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삼성SDI를 주요 고객으로 전해액을 공급하고 있다. 동화기업 품에 안기기 전부터 이미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놓은 회사다. 인수 이후로도 2020년 헝가리 신규공장, 2021년 미국법인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헝가리와 미국을 거점기지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에는 미국 테네시주에 전해액 생산기지 준공을 확정했으며 내년 기업공개(IPO)도 목표하고 있다.
다만 투자와 인수합병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동화기업의 재무부담도 무거워진 상태다.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이 2017년만 해도 3000억원 밑이었지만 매년 늘어 지난해 7232억원을 찍었다. 반면 작년 기준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상품을 포함해 769억원에 그쳤다. 전해액 사업에서 수확할 투자성과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