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배당에 있어서 모범생이다. 4년 전부터 배당정책을 명문화했는데 내용이 구체적이다. 향후 5년 동안 기간별로 최소 배당성향 수치를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후로도 매년 방향성을 주주들에게 공유해 주주환원 의지를 확인시켰다.
특히 명문화한 내용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초과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사업적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신뢰를 지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역대 최대 배당성향을 제시해 주주환원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배당성향 10~12% 약속…현금흐름 악화 감수
한국타이어는 최근 공시를 통해 2022년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배당액을 976억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결순이익 7058억원을 대입하면 연결배당성향은 13.8%가 된다.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안건이 통과하면 1개월 이내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로서 한국타이어는 4년 전 공개적으로 약속한 배당정책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모두 지켜냈다. 정책을 명문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2월이다. 2018년 실적을 설명하는 결산 IR자료에 기재했다. 배당성향에 기반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한 사실을 알렸다.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단계적으로 배당성향을 상향하기로 했다. 2018~2020년엔 연결기준 10%, 2021~2023년은 12%, 2024년 이후론 20% 이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타이어는 2018년을 제외하곤 모두 초과달성했다. 2018년 연결배당성향은 10.5%로 기준은 충족했고, 2019년은 15.9%, 2020년 20.6%다. 해당기간은 10% 이상을 약속한 시기(2018~2020년)다. 특히 2020년엔 장기계획(20% 이상)을 조기달성했다.
이어 2021년(14.1%)과 2022년(13.8%)까지 약속한 기준(12% 이상)을 넘어섰다. 2021과 2022년이 2020년(20.6%)보다 배당성향이 하락한 것은 연결순이익이 평시보다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배당액 자체는 증가했다. 2020년 배당액은 793억원이었는데 2021년(854억원)에 이어 2022년(976억원)까지 매년 증액했다. 반면 연결순이익은 2020년 3852억원이었지만 2021년(6043억원)과 2022년(7058억원)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코로나19로 현금흐름 변동성이 커졌지만 약속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1위이자 글로벌 사업자다.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매출의 30%가 발생한다. 중국은 13%, 국내는 12%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원자재(고무)와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생겼다. 2021년부터는 미국 반덤핑 규제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이슈도 생겼다. 미국 보호무역 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테네시2공장) 증설도 진행했다. 올해를 포함해 향후 2~3년간 연간 8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대형투자다.
이에 2018년 7383억원이던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은 7383억원에서 2021년 4184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3분기까진 마이너스 1191억원으로 전환했다. FCF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CAPEX)와 배당금을 제한 수치다. 한국타이어가 곳간이 충분해서 배당을 확대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현금흐름과 별개로 회계적 실적은 좋다. 영업이익은 2019년 5440억원에서 2020년 6283억원, 2021년 6422억원, 2022년 7058억원으로 지속 높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전(2018년)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4296억원에서 지난해 7058억원으로 껑충뛰었다.
◇매년 주주들과 방향성 공유…올해 20% 이상 제안
특히 한국타이어는 2019년 이후로도 매년 정기적으로 배당정책 방향성에 대해 공유했다. 주주 입장에선 예측 가능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게 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초과달성한 배당성향은 모두 한국타이어가 사전에 예고했던 사안이다.
2020년 2월 기업설명회에선 기존 계획을 보완해 2019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성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기준(10% 이상)을 초과한 배당성향(15.9%)이 결정됐다. 2021년 3월에도 ‘최소 배당성향 20% 이상’은 2024년부터 계획했지만 앞당기겠다고 했다. 그 결과 2020년 배당성향이 20.6%가 됐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역시 배당정책을 안내했다. 공개방식도 보다 많은 주주들이 확인할 수 있는 ‘공시’로 바꿨다. 이번에도 지난 계획들보다 강화된 내용이다. 2022~2024 사업연도에 대해 연결기준 20% 수준 배당성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2024년부터 적용하려던 기준을 앞당긴 것이다.
다만 올해도 사업적으론 극복해야할 악재들이 다수 있다. 이달 13일 대전 제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8만7000㎡가 전소되고, 물류창고에 보관돼 있던 타이어 21만개가 불타는 손해가 발생했다. 더불어 이달 9일엔 총수인 조현범 회장이 구속돼 경영공백 리스크도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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