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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지주사 배당개시' LX그룹, 배당절차 개선은 '아직'

배당기준일 분리의안 전체 상장계열사 미포함…LX홀딩스 출범 이후 첫 배당 실시

이민호 기자  2023-03-14 17:23:16
LX그룹 각 계열사가 정기주주총회 의안을 속속 확정했지만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하는 배당절차 개선안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상법 유권해석으로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LX그룹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룹 지주사 LX홀딩스가 출범 이후 첫 배당을 실시하고 LX인터내셔널이 배당총액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에서 일보 전진을 이뤘다. LX세미콘은 30% 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했고 LX하우시스는 당기순손실에도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기준일 분리의안 전계열사 미포함…LX홀딩스 첫배당 개시

LX그룹 주요 상장계열사는 오는 23일부터 잇따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LX인터내셔널과 LX세미콘이 23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LX하우시스는 24일, LX홀딩스는 27일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하는 내용은 어느 LX그룹 계열사 정관 일부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LX그룹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대부분 국내기업은 매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정해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이후 다음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 경우 투자자가 배당기준일에 배당 예측이 어렵고 이후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기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상법(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먼저 안내하면서 당장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국내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반영한 상장사 표준정관 개정안을 마련해 정관 개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미리 개정해놓으면 다음 배당(2023년 결산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즉시 적용할 수 있어 주주친화적인 행보로 인식된다. LX홀딩스 관계자는 "법제화가 되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LX홀딩스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면서 일부 주주환원정책에서는 개선을 이뤘다. LX홀딩스는 설립 이후 첫 사업연도인 2021년 1429억원(별도 기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지만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지 않아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결산배당 총액을 241억원으로 결정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잠정)이 1701억원으로 이에 따른 배당성향은 14.2%다.

LX홀딩스는 지난해 5월 공시한 '2021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배당정책을 포함한 주주환원 목표를 검토 중이므로 공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기본원칙으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 재무구조,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배당을 결정할 것"이라며 "향후 주주환원정책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공정공시 등을 통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큰틀에서의 계획은 밝힌 상태다.


◇LX인터 배당·자사주취득 '주주환원'…LX세미콘 배당성향 30% 유지

LX그룹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은 2022년 결산배당 총액을 1079억원으로 결정했다. 당기순이익이 7793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3.8%다. 2021년보다 배당총액이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이 더 큰폭 증가하면서 배당성향은 다 하락했다. 2021년 배당성향은 15.3%(배당총액 827억원)였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1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배당의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별도의 성문화된 배당정책을 공표하고 있지는 않다"며 "당기순이익과 배당가능이익 등 내부적 요소와 주주의 기대치와 매크로 경기 등 외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1000억원(269만1323주)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발행주식총수(3876만주)의 6.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LX인터내셔널의 자사주는 279만2098주(7.2%)로 늘었다. 다만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취득은 아니었다.

LX하우시스의 경우 2022년 11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20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재원은 이익잉여금이 될 전망이다. 2년 전인 2020년에도 7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30억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2021년에는 1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결산배당 총액은 30억원(배당성향 24.0%)이었다.

당기순손실에 배당지급이 겹치면서 2021년말 2180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말 1259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말 자본잉여금은 6158억원으로 비교적 여유있는 편이다. 자본잉여금이 충분하면 유사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배당에서 다양한 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LX하우시스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LX세미콘은 2022년 결산배당 총액을 732억원으로 결정했다. 당기순이익 2337억원을 달성해 배당성향 31.3%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LX세미콘은 최근 수년간 매년 30% 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은 30.3%(배당총액 220억원), 2021년은 29.6%(878억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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