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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한발 물러섰지만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양날의 검이다. 단골 확보의 일등공신이지만 마일리지 발급을 신나게 늘린 대가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과 잡음이 끊이질 않아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벨이 대한항공 사태를 계기로 마일리지를 둘러싼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되고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잊을 만하면 논란이 터졌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약관'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다. 마일리지는 공정위의 단골 손님이었다. 2000년대 이후 공정위의 문지방을 여러 차례 넘나들었다.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클럽, 두 곳의 회원수를 더하면 국내 인구를 넘을 만큼 항공 마일리지는 대중화된 지 오래다. 그런 만큼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왔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놓은 건 200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북미 5만5000마일을 7만마일로 확대하는 등 마일리지 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이미 지급된 마일리지까지 소급 적용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듬해 비슷한 개편안을 내놨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 때 역시 순탄치 못했다, 공정위가 소급 적용을 허용할 수 없다며 시정 조치했고 두 항공사 모두 거세게 반발했다. 항공사들이 반발하자 공정위는 검찰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결국 항공사들이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서면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2004년에는 대한항공이 카드사에 판매하는 제휴 마일리지 단가를 인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인상 전 마일리지 단가는 1마일당 9∼12원이었는데 이를 50% 인상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응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의 규모를 축소했다. 기존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줬는데 1500원당 1마일로 바꿨다.
당시 항공사의 마일리지 단가 인상에 뿔난 카드사들도 반격에 나섰다. 카드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여신금융협회는 고객이 제휴 마일리지로 실제 항공기에 탑승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항공사가 카드사로부터 마일리지 대금을 미리 지급받도록 돼 있는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다만 공정위는 2006년 4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10년으로 외국 항공사에 비해 독보적으로 긴 마일리지 유효기간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두고도 오랜 기간 갈등을 겪었다.
2007년 12월 대한항공은 2008년 7월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다. 적립일로부터 5년간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를 소멸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008년 10월부터 대한항공과 유사한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당장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른바 '줬다가 뺏느냐'는 게 이유였다. 이때 역시 항공사들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공정위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두고 협의한 결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효기간 10년이 지난 2019년 2월 한 시민단체가 1월을 기점으로 소멸된 항공 마일리지를 돌려달라는 취지의 마일리지 반환 소송을 냈다. 이후 법원은 원심은 물론 항소심에서도 항공사의 손을 들어뒀다.
마일리지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쉬워졌고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관련 정보를 영업비밀로 간주하고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한 항공기에서 몇 좌석을 마일리지 고객을 위한 좌석으로 지정하는지조차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게 돼 항공 마일리지가 굉장히 친숙해진 반면 관련 정보는 거의 공개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너스 항공권의 수나 예약가능 시기 등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마일리지에 대한 기대가 다소 과다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일리지에 대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언제든 원할 때 마일리지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기대가 어긋날 때 그만큼 불만 역시 커진다는 설명이다.
유효기간과 관련한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에 관한 약관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사태처럼 항공편 이용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미리 약관에 반영하라는 취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체적으로 2020년부터 매년 세 차례 마일리지 소멸을 유예했다. 공정위는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약관에 관련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기한 내에 권고 이행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시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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